권력에 줄 선 공영방송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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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줄 선 공영방송의 자업자득

자율·독립·전문성·콘텐츠 사라지고 정치권 코드 맞추기 급급
文정부에 충성하다 尹정부로 갈아타려는 것도 타파할 구습

조맹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05 09:52:49

공영방송의 분위기가 험악하다. 공영방송은 정치권에 또 몸을 맡길 심산이다. 좌로 줄서나 우로 줄서나 줄서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매번 정치권에 몸을 맡기면 구성원은 권력을 받고 충성을 다하는 질 낮은 기구가 되게 마련이다.

공영방송 언론인은 자유와 독립정신을 갖고, 전문성을 강화하고, 질 좋은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야 직장도 지키고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 이제라도 공영언론 종사자는 먼저 달라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후 문재인정부만큼 공영방송을 황폐화시킨 역대 정부는 없었다. 공영방송은 ‘남북군사합의서’ ‘정치방역’ ‘부정선거’ ‘종전선언’ ‘대장동 뇌물사건’ 등 어느 것 하나 ‘아니오’라고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계에 신선한 바람은 불어넣은 것은 jTBC다. 그러나 지난 5년 jTBC는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대형 오보를 낸 후 기를 펴지 못했다. 2018년 당시만 해도 달랐다. 2018년 5월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사회변화와 미디어 진실성’에 최승호 MBC 사장·양승동 KBS 사장·장해랑 EBS 사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 목소리로 jTBC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했다. 무개념의 공영방송 사장들이다. 최 사장은 “CJ계열 채널들이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장이 되기 전 즐겨 보던 타사 프로그램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양 사장은 jTBC ‘뉴스룸’을, 장 사장은 jTBC ‘썰전’을 열거했다. 당시만 해도 jTBC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제작한 젊은 층에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중 썰전은 jTBC가 2013년 2월21일 방송을 시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독설의 대가들이 시사와 경제를 주제로 제목처럼 ‘썰’을 풀며 정치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종편 정치평론의 원조였다.

공영방송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무개념의 언론학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청와대가 칼을 주니, 각 방송사는 ‘적폐’라는 이유로 마구 칼을 휘둘렀다. ‘진실과미래위원회’ ‘정상화위원회’ 등 급조된 완장조직으로 공영언론 내부 직원에 칼질을 했다. 그러나 말은 달랐다. 양 사장은 “KBS 주권은 시민과 시청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온다”고 밝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며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내부는 전문성을 파괴하고, 정치권에 이념과 코드를 맞췄다. 기자, PD 등 방송인은 민주노총 노동조합 구성원의 코드에 맞추고, 국장과 본부장 전원을 노조 출신으로 채워넣었다.

국민은 외면했다. 2019년 영업손실은 MBC 966억원, KBS는 759억원이었다. MBC는 벌써 3년째 영업적자다. KBS는 올해 영업적자가 1578억으로 예상된다. 정치로 자유와 독립정신을 잃은 언론을 국민이 제대로 봐줄 이유가 없었다.

5년 후 다시 공영방송에 칼바람이 불 조짐이 보인다. 정치권이 바뀌면 온통 공영언론은 사장뿐만 아니라, 직원까지 요동을 친다. ‘윤석열정부가 탄생했으니 문재인정부 때처럼 윤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싶다.’ 과거엔 이런 문화는 보기 힘들었다. 미디어오늘이 ‘윤 정부 방송통신정책 주도 인물에 돌격대장 강성 배치’라고 썼다.

3월18일 한국방송학회는 ‘차기정부 미디어정책 개선방향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위 위원장을 지낸 성동규 중앙대 교수의 돌출발언이 있었다. 그는 첫째 새 정부에서 반드시 미디어 관련 부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미디어독임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차제에 민영·공영이 분리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도 거기에 맞춰 공적 영역만 철저하게 맡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을 다시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소리를 한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3월22일 “미디어 관련 부처 일원화와 미디어 독임부처를 만들자는 말은 결국 방송위원회를 해체하고 여야 간 협의가 필요 없고, 관련 장관이 제 마음(독임제)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미디어 공룡부처를 만들자는 소리다. 또 민영·공영으로 분리될 경우를 상정한다는 말은 KBS1TV와 EBS를 제외한 KBS2TV, MBC, YTN, 연합뉴스TV를 전격 민영화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정치 방송이 다시 고개를 들게 생겼다. 바람 잘 날 없는 공영방송이 계속될 전망이다. 길을 잘 못 들어선 공영언론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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