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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열어 온 진보 성향의 단체가 간판만 바꿔 352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앞세워 전방위적 윤석열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태원 희생자를 추모한다면서도 ‘윤석열 퇴진’과 ‘퇴진이 추모’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윤 정부 퇴진 구호를 앞장서서 외쳤다. 추모집회를 빙자한 정치선동 집회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 집회 및 추모 집회가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인근을 비롯해 전국 일부 도시에서 열렸다. 차기 국민의당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권력 찬탈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촛불 호소인’들의 선동은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이며 촛불에 대한 모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후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권력에 기생해 온갖 특권과 반칙으로 빨아먹던 단꿀이 사라져 금단현상에 추악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대다수 국민에게 이태원 사고의 안타까움과 참담함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 군중을 모아 정치구호를 외치는 행동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촛불집회 주최 측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이자 ‘조국백서’ 저자 등이 이끄는 ‘촛불행동’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해 4월 출범해 주말마다 집회를 열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며 “국민 선택에 따라 출범한 민주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 부리는 무리”라고 비난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마지막 날, 서울도심·전국서 ‘추모 집회’ 열려
실제 5일 촛불행동은 4개 차로를 차지하고 2시간 동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은 조국백서 저자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상임대표로 있는 단체로 그는 ‘조국 백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최근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왔다. 주최 측이 당일 오후 6시 기준 5만 명(경찰추산 9000명)이 모였다고 밝힌 해당 집회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앞 도로를 점유했다. 인파는 숭례문 인근까지 이어졌고 2시간30분 가량 집회를 가졌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탄핵’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집회에 모인 이들은 윤 정부에 △원인 분석과 책임규명 △책임자 처벌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김민웅 상임대표는 “여러분의 슬픔과 비통함과 의로운 분노를 모두 담아 하늘에 닿도록 함성을 외쳐주길 바란다”며 “이것이 우리의 기도다. 우리의 애도는 이렇게 완성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4대 종단(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또한 참여해 희생자·유족·부상자를 위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박주환 신부(미카엘)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고(故) 장준형 군의 아버지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은 “유족에게 애도는 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고, 가해자가 모두 처벌받고, 그 이후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땅에 세월호 참사 같은,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세월호 참사 때 물었던 국가의 존재 이유를 윤석열 정권에 다시 묻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외에도 전국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군산·춘천·부산·대구·광주·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지역 추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또한 17개 청년단체들은 이날 참사현장인 용산 이태원역에서 추모 집회를 연 후에 국화를 손에 들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정의당은 청년정의당을 필두로 노동당 학생위, 청년녹색당, 청년진보당, 페미니즘당 등 청년단체들이 결성한 ‘청년추모행동(추모행동)’이 매일 이태원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추모행동은 이달 3일부터 이태원 참사 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오후 6시34분’에 이태원역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5일 침묵행동에 앞서 “이태원 참사의 다수 희생자는 청년들이었고, 세월호 이후 국가는 변하지 않았다”며 “이번 행동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행진 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 집회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동료 시민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애통하다”며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죄송하다”고 발언했다.
‘국조→특검 카드’ 野에 與 “전국서 버스대절해 反정부 집회 주도”
국정조사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7일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이날 관련자의 즉시 파면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 규명에 주력할 때”라며 “이제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 부상자 등 피해자 분들께 오로지 국가 잘못이고, 여러분 잘못이 결코 아니란 말을 드리고 싶다”며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과 함께 이날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 규탄 1인시위를 재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관련해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후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장외투쟁을 이어오다 이태원 참사 발발 후 잠정중단한 바 있다. 원내에서 진상규명 압박과 동시에 여론전을 노린 장외투쟁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으로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상규명’보다 결국 정부 흠집 내기와 정치선동이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과 서울 도심 정권 퇴진 촉구의 연결고리를 꼬집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정권퇴진운동 전문 정당인가.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 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의 소중한 한표 한표로 선택한 대통령을 임기 5개월 만에 끌어내리겠다는 민주당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정당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10월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 대회가 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집회의 ‘이심민심’이라는 단체는 최대 81대 버스를 동원했다.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하면서 참가자를 동원했다. 서울 시내 경찰 기동대가 모두 이 질서유지에 투입됐고 그날 밤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민주당에서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등 갈등과 분노로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 역시 강제수사권 없는 만큼 신속한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정쟁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8월부터 서울도심에서 열리고 있는 윤 정부 퇴진 촛불집회에서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버스 수십여대를 대절해 참가자를 집회에 동원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버스대절에는 ‘이심민심’이라는 단체가 중심에서 활동했는데, 조직의 대표는 3·9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상임본부장이다.
그는 야권 인사들과 함께 메신저 텔레그램 방 등에 ‘시위알림 포스터’를 공유하며 차편을 알렸고, 전국 27개 지역에서 대절버스를 띄어 참가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단체는 민주당과 전혀 무관한 시민단체라고 이 매체에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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