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 View] - SVB가 은행권에 주는 교훈
미국 뒤흔든 SVB 사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2 00:02:40
▲ 임진영 경제산업부 팀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SVB 파산이 우리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별달리 수면 위로 나타나는 바가 없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구글과 애플 등 전 세계 최첨단 IT 산업의 최선봉이자 4차 산업혁명의 본 고장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이었던 SVB가 파산하리라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2016년 한때는 시장 점유율 기준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이름을 올린 바가 있고,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전역의 1만 여개에 달하는 은행 가운데 16위를 자랑하던 은행이 SVB였다.
 
전 세계의 부유한 벤처사업가들과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글로벌 스타트업들, 그리고 SVB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농장주들을 주 고객으로 두고 그 위세가 영원할 것 같던 SVB도 미국을 휩쓴 물가 인플레와 금리 인상 파고엔 속수무책이었다.
 
SVB 파산 사태는 파헤쳐 보면 볼수록 국내 은행들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간 SVB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상업은행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넘쳐나는 현금을 지닌 미국 벤처 기업들이 자신의 자산을 맡기는 데 있어서 가장 선호하는 은행이었다. SVB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현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SVB는 1983년에 설립돼 정확히 창립 40년 만에 파산했다. 비교적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IT 산업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스타트업의 산실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VB는 덩치를 급격히 키워 나갔다.
 
그러나 급격한 사세 확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SVB의 펜더멘탈(기초 체력)은 의외로 허약했다. SVB 주 고객 대부분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스타트업들이다 보니 전 세계 IT 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SVB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외부 변수에 따른 여파엔 그만큼 더 취약했다.
 
특히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수익이 급신장했다가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특수 경기도 급격히 잦아들었고, 이는 SVB에 큰 타격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끝물 무렵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은 전세계적인 원자재값 인상과 미국 물가 인플레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SVB 파산의 신호탄이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급격히 오르자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이들 스타트업의 시가 총액은 거품 가라앉듯 가라앉았다. 이에 SVB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급하게 돈을 찾은 것이 이달 9일의 일이었다.
 
SVB의 주 고객인 IT 기업들의 성장은 스마트폰의 발전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 영향으로 폰뱅킹이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이 굳이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이날 단 하루만에 무려 56조 원이나 되는 자금을 인출하면서 하루 새 SVB 시총의 60%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SVB의 은행업 허가를 취소했고 실리콘밸리 최고의 은행이었던 SVB는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IT 산업의 발전으로 성장한 SVB가 아이러니하게도 IT 활성화로 인해 위기도 더욱 급격하게 맞은 셈이었다.
 
외형적인 성장에만 몰두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 않은 채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는 은행은 아무리 시장을 선도해도 외부의 충격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 SVB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국내 은행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큰 틀에서 SVB가 지녔던 위험성을 비슷하게 내포하고 있다. 우리 은행들이 대외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이나 신사업 개척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출금리의 차이에 따른 이자 수익)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결국 크게 보면 예대마진 하나로 먹고사는 한국 은행들이 SVB처럼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 SVB를 침몰시킨 것과 같은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25년전 IMF 금융 위기 여파로 국내 은행도 십여 곳이 부실은행 딱지가 붙여진 채 문을 닫거나 다른 은행들과 통폐합됐던 적이 있다. 
 
IMF 위기 징조는 IMF로부터 구제 금융 원조를 받기 일 년여 전인 1996년 말~1997년 초부터 곳곳에서 그 징후가 포착됐지만 당시 정부는 물론이고 금융당국과 금융사 등 금융권에서 그 누구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SVB 사태’라는 훌륭한 반면교사의 사례가 국내 은행권의 눈 앞에 놓여졌다. 이 같은 위기 상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다시 이전처럼 흘려 버리다가 SVB와 ‘똑같이 당할지’는 전적으로 국내 은행권의 행보에 달려 있다. 우리 은행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건투를 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