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테헤란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따라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왕복 10차선 도로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IT 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많은 글로벌기업이 한국 지사를 두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과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테헤란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업무 지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테헤란로의 매력과 투자 가치를 심층적으로 파헤침으로 부의 주체가 어떻게 지역의 물리적·사회적 지형을 바꾸는지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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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테헤란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역삼역·선릉역·삼성역을 따라 이어지는 왕복 10차선 도로다. 테헤란로 양끝단은 서초대로·올림픽대로와 이어진다. 강남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이곳에는 초고층 빌딩과 고가 부동산이 즐비하다.
테헤란로의 올해 최대 부동산 이슈는 공식 중심상업지구로 선정된 일이다. 명동·상암동·여의도에 이은 네 번째 중심상업지역 선정이다.
그동안 고도 제한 때문에 강남의 시티뷰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할 지경이었다. 중심상업지구로 선정되면서 테헤란로 빌딩의 높이 제한이 풀렸다. 앞으로 강남은 방콕은 물론 홍콩·상하이·뉴욕을 능가할 만큼의 시티뷰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강남역 사거리에서 역삼역·선릉역을 거쳐 포스코 사거리 안에 있는 건물은 최대 1800%까지 용적률이 상향 조정됐다. 현재 용적율 상한이 900%이므로 정확히 두 배 늘어난 셈이다.
테헤란로는 우리나라 금융 허브, 비즈니스 허브로 통한다. 구글코리아(강남파이낸스센터)·쿠팡(HJ타워)·오픈AI(아셈타워) 등 글로벌기업의 한국 지사와 다양한 금융 기관이 자리해 있다.
소유주의 경우 개인이나 법인도 있지만 부동산투자회사에서 소유·운영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테헤란로에서 가장 큰 빌딩 강남파이낸스센터
테헤란로에서도 역삼역에서 선릉역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핫하다. 대형 빌딩도 많고 공실률도 1%대로 낮다. 임대료도 평당 약 12만 원에서 18만 원(관리비 별도)정도로 높다. 공유 오피스 제도가 정착되면서 정보기술(IT)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이다.
역삼역 2번 출구 강남파이낸스센터(GFC, 테헤란로 152)는 테헤란로를 대표하는 빌딩이다. 아무리 으리으리한 강남 빌딩이라고 해도 GFC 옆에 세워놓으면 아파트 단지내 상가 수준으로밖에 안 보인다.
GFC는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던 2017년까지 연면적 6만4305평으로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빌딩이었다. 규모도 지하 8층, 지상 45층에 높이는 206m에 이른다. 연면적이 큰 만큼 장부상 가치만 2조6561억 원(2025년 3월 말 기준)에 달한다. 물론 실제 가치는 2~3배에 이른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그간 소유주에 따라 I-Tower(1995~2001)-스타타워(2001~2007)의 명칭 변화를 거쳤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당시 빌딩 주인은 현대-론스타였다.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현재는 강남금융센터가 단독 소유하고 있다.
강남금융센터 지분은 레코 강남 프라이빗 리미티드가 50.1%를, 레코 KBD 프라이빗 리미티드가 49.9%를 갖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는 전혀 남남인 회사가 아니다. 둘 다 리콴유가 설립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손자회사라는 점에서 사촌뻘이다.
리콴유가 누구인가.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영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싱가포르가 1965년 모국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되자 리콴유는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싱가포르의 첫 총리가 되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실용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자국에 금괴, 미술품, 희귀 와인 같은 대체자산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생태계를 정착시켰는데 싱가포르투자청 같은 국부펀드를 조성해 해외에서도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미래에셋증권, 하나은행, 한국로렉스, 한화 금융플라자, 더블유게임즈, 델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구글 코리아, 국민은행 PB, 파트너스그룹, 삼성증권, 지마켓,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 등 금융회사와 IT기업이 고루 둥지를 틀고 있다.
현대해상 강남사옥이 있던 코레이트타워
역삼역 4번 출구 테헤란로 GBD(강남업무지구) 핵심지역에 자리한 코레이트타워(테헤란로 137)는 연면적 1만582평에 지하7층 지상19층 규모의 초대형 건축물이다.
현대해상이 강남사옥으로 사용하다가 2020년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회사인 코레이트타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코레이트타워리츠)에 매각하면서 이름도 코레이트타워로 변경됐다. 건물은 코레이트타워리츠가 코레이트타워를 임대하거나 매각하여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분배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건물에는 현재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한토신, 회장 차정훈) 등이 세 들어 있다. 한토신은 코레이트타워리츠의 주주이자 자산관리회사(AMC)로 코레이트타워 빌딩을 관리해 왔다. 동부건설 역시 한토신의 자회사다.
코레이트는 2020년 이 빌딩을 현대해상으로부터 3605억 원에 매입했다. 평당가 3407만 원으로 당시로서는 최고가였다. 현재 이 빌딩의 가치는 4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토지신탁의 차정훈 회장은 1995년 신성건설 대표이사를 맡는 등 건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사모펀드를 활용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웠고 2007년 MK전자를 인수한 뒤로 2016년에는 한국토지신탁을, 2021년에는 동부건설과 HJ중공업도 추가로 인수했다. 한편 올해 초 한국토지신탁과 엠케이전자는 차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현재 차 회장은 지주사격 회사인 오션비홀딩스를 중심으로 MK전자, 한국토지신탁, 코레이트자산운용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역삼역 인근 주요 빌딩으로 ‘포스코타워역삼’ ‘GS타워’ ‘SI타워’ ‘한국은행 강남본부’ 등이 있다.
한편 기존의 현대해상은 인근 ‘성지하이츠Ⅱ’로 이동했으며 강남고객지원센터는 한신인터밸리에, 고객상담코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둥지를 틀었다.
르네상스호텔이 있던 자리 역삼동 센터필드
테헤란로와 언주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한 센터필드(테헤란로 231)는 쌍둥이 빌딩 형태의 복합 시설이다. 대지면적 5593평에 연면적 7만2373평으로 용적률이 880.86%에 이른다. 센터필드 자리는 88서울올림픽에 맞춰 개관한 르네상스호텔이 있던 곳이다.
르네상스호텔은 건축가 고 김수근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이 호텔은 27년간 강남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했으나 소유주 삼부토건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2016년 매각·철거됐다. 랜드마크였던 만큼 인근 스타벅스에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점’이라는 지점명으로 흔적이 남아 있다.
센터필드는 웨스트타워(지상 36층, 지하 5층)와 이스트타워(지상 35층, 지하 7층)로 구분된다.
웨스트타워 24층부터 36층까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가 입점해 있으며 그밖에 아마존·페이스북·크래프톤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옛 르네상스 호텔의 흔적을 남겨 ‘흔적의 길’과 ‘기억의 벽’을 건물 내부에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센터필드의 소유주는 ‘이지스자산운용’(대표 이규성·강영구)이다. 회사는 올 상반기 기준 총 운용자산(AUM)이 66조8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로 2010년 PS자산운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2012년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의 설립자는 김대영(2018년 작고) 이사회 의장이다. 1937년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나 경복고·연세대를 거쳐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시작으로 두루 공직을 거친 그는 1990년 제15대 건설부 차관으로 취임했으며, 이후 대한주택공사 사장, 제9~10대 해외건설협회장,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0년 이지스자산운용을 설립해 업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밖에 선릉역 인근 빌딩으로 ‘상록회관’ ‘어반벤츠빌딩’ ‘아이타워역삼’ ‘HJ타워’ ‘DB금융센터’ ‘포스코센터’ ‘한신인터밸리’ 등이 있다.
강남역 초역세권 동경빌딩·상경빌딩
테헤란로 강남역 일대는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IT 기업이 밀집돼 있어 한때 ‘테헤란밸리’로 불렸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200m 지점에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옮겨 놓은 듯한 닮은 꼴 빌딩이 나란히 서 있다. 똑같은 크기와 형태의 이 빌딩 명칭은 각각 ‘동경빌딩’과 ‘상경빌딩’이다. 건물 정면에서 오른쪽이 동경빌딩(테헤란로 116)이고 왼쪽이 상경빌딩(테헤란로 120)이다.
두 빌딩 다 330평 남짓의 토지를 딛고 서 있고 건물 층고도 지하3층, 지상14층으로 동일하다. 다만 건물 연면적 상 ‘동경빌딩’이 95평가량 더 넓다.
등기부등본(건물)에 명시된 동경빌딩의 소유주는 부동산임대업이 주 업종인 동경흥업(주)이다. 다만 토지는 건물과 분리돼 이 모 씨 등 20명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옆의 ‘상경빌딩’의 주인은 건물·토지 모두 상경물산(주)이다. 상경물산(주)은 부동산 임대업과는 관계없는 합성수지 제조회사다. 동경빌딩과 상경빌딩의 소유주가 다름에도 쌍둥이 외관을 채택한 데는 동경빌딩 토지주 가운데 한 명인 A씨의 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2013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초역세권인 이들 건물의 토지와 건물 가치는 900억 원 이상이었다. 2025년 현재 인근 유사 거래와 비교할 때 두 배 정도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밖에 강남역 인근 빌딩으로 ‘미진프라자’ ‘테헤란빌딩’ ‘LIG타워’ ‘KB역삼빌딩’ ‘빗썸타워’등이 있다.
테헤란로는 1977년 서울과 테헤란의 자매결연을 기념하기 위해 ‘삼릉로’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테헤란로가 한국의 금융허브로 성장하는 동안 이란의 서울로는 전쟁 피란민이 줄을 잇는 황폐한 도로가 되었다. TV를 통해 두 도시의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새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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