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거꾸로” 1050점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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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현대미술관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전 2023: Geeky Land’
이은지 김가리 이원태 등 국내 작가 79명, 10월 8일 까지 전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14 11:17:25

▲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전: Geeky Land’는 4월8일부터 10월8일까지 K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임유이 기자

“저 친구 참 괴짜야!” 과거에는 많이 사용했으나 언제부턴가 잘 안 쓰는 말이 괴짜다. 그 말을 대신해 ‘또라이’ ‘똘끼’ 같은 속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어른들이나 가끔 쓰는 괴짜라는 단어를 미술계에 소환한 것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K현대미술관(서울 강남구 신사동)이다.

K현대미술관은 2017년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전: Geeky Land’을 통해 스타 작가를 대거 발굴하며 기획전시를 크게 성공시켰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MZ 세대들에게 괴짜란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의 소유자’ 곧 예술가를 뜻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기키랜드(Geeky Land) 전시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설치, 그래피티를 아우르는 방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만 79명으로 1050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이은지 작가는 오방색 작품을 통해 0과 1로 이루어진 거대한 디지털 세계의 힘을 보여준다. 임유이 기자

전시는 3층에서 시작되어 2층으로 이어진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동양적 아우라가 가득한 이은지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이 작가는 인터넷 발달에 따른 SNS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있다. 흘러내리는 오방색 배경 위로 꽃처럼 벌어진 낙지의 다리가 현실을 삼켜버릴 것처럼 위압적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거대한 디지털 세계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가리 작가는 괴짜가 머무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버려두지 않는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공간은 생명을 지닌 하나의 덩어리다. 작품 ‘연인’에는 의상을 걸치지 않은 두 남녀가 등장한다. 그 뒤로 짙은 파랑색 배경에 커다란 분홍색의 하트가 배치되어 있다. 배경의 공간 장악력이 더 크다면 배경을 단순히 배경으로만 부를 수 있을까. 두 남녀야말로 중앙에 배치된 배경일지도 모른다.

이원태 작가는 회화와 조각,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시간의 겹에 물성을 부여한다. 지나간 시간을 현재의 위치에서 그대로 펼쳐놓는다면 아마도 산산이 조각난 그릇 같으리라. 그 조각들은 단 한 개의 유실도 없이 고스란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나’는 과거라는 이름의 완벽한 조각이 모여 만들어진 불완전한 그릇이다. 하루하루 신중하게 살 일이다.

두 개 층 가득 자리 잡은 괴짜들을 감상하려니 마치 유럽의 거대한 박물관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그만큼 수적으로 막대하다. 3층을 보다가 미리 지쳐서 정작 2층의 작품들은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