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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건설업 면허 1호인 삼부토건을 둘러싸고 상장폐지설이 돌고 있다. 3년 연속 적자로 2023년 당기순손실은 무려 1110억원대였다.
외부감사인은 삼부토건이 계속기업으로 존속할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한정했다. 3월엔 직원 월급이 체불되었고 4월엔 최대주주 경영권 주식이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겨졌다.
삼부토건 공시 책임자인 신규철 전무는 30일 “최대 주주가 삼부토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주 소유 주식을 담보로 잡으면서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감사결과 역시 과거 관행에 비춰보면 한정의견이 나오지 않아도 될 정도지만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엄격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삼부토건이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냐는 질문에 신 전무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부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곧 삼부토건 회생을 위한 여러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고만 말했다.
삼부토건은 8일 한국거래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삼부토건은 3월21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12월 결산법인은 주주총회 개최 1주일 전에 감사보고서 제출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감사인 대주회계법인은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과 내부통제관리제도 미흡 등을 이유로 4월에서야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은 한정이었다. 한국거래소는 한정 의견을 2년 연속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로 삼아서 상장폐지 절차에 실행한다. 삼부토건 회계 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삼부토건의 감사보고서에서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3년 삼부토건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781억5199만 원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손실액이 43억5312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3년 만에 18배나 급증하면서 최근 3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재무상의 취약 구조는 실적 뿐만이 아니라 지배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는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인 ‘디와이디’다.
1948년 국내 건설업 면호 1호를 따낸 삼부토건은 1965년부터 1970년까지 시공능력평가(시평) 3위를 기록했고 1977년까지도 시평 4~6위권을 유지하는 등 업계 순위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설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1993년 창업주인 조정구 회장이 사망하고 아들인 조남욱 회장이 2세 경영을 맡으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돼 시평 순위도 20위권으로 추락했다.
이후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문제가 터지면서 결국 2015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2017년 DST로봇(현 휴림로봇)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회생절차를 마쳤다가 작년 2월 현 최대주주인 디와아디가 삼부토건을 인수했다.
문제는 현재 회사의 주인인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주식 지분율이 작년 12월31일 기준 8.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지분 91.88%는 총 13만7653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이다.
채 10%도 안 되는 지분율로 회사 전체를 지배하면서 나머지 90% 이상을 소액주주들의 주식 지분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구조 하에서는 최대 주주인 디와이디에 작은 문제만 생겨도 삼부토건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디와이디가 삼부토건을 매각하려고 할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적대적 M&A 세력이 작은 지분으로도 손쉽게 회사를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삼부토건 내부 상황도 심상치 않다. 당초 이응근·정창래 공동대표 체제였던 삼부토건은 속행 주총을 3일 앞둔 3일 이응근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정창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응근 전 대표는 2017년 삼부토건이 휴림로봇에 인수되면서 회생절차 졸업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됐다가 2018년 삼부토건 대표에 오른 바 있다. 정창래 현 단독 대표는 작년 삼부토건을 인수한 디와이디의 대표다.
이에 일각에선 적자 손실이 지속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디와이디가 과거 최대주주였던 휴림로봇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단독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원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삼부토건은 최근 3월 임금 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따르면 삼부토건 임원은 2월 급여부터 급여가 미지급됐고 대리 이상 직급은 3월 급여부터 안 나오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2023년 급여 인상 소급분과 설 상품권도 안 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이후 25일 삼부토건은 미지급된 3월 급여를 지급했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부토건에 투자한 소액주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고 그나마 뒤늦게 올라온 감사보고서에도 재무재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담긴 ‘한정의견’이 올라오는 등 상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삼부토건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불안한 지배구조 등을 미뤄 볼 때 언제 상폐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 삼부토건 시총(2732억 원)에서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는 주식 가치는 약 2732억 원(지분율 91.88%)에 달한다. 삼부토건이 상폐될 경우 2700억 원이 넘는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특히 11일엔 삼부토건 최대주주인 디와이디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상상인저축은행 등을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삼부토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창래 대표이사가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하고 무리한 대출을 끌어다 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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