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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민주당 의원 막말… ‘문화 게슈타포’라니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2 06:31:2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최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무현정부 시절 결성된 ‘문화미래포럼’이란 단체를 가리켜 ‘문화 게슈타포’라 지칭하며 새로 발족한 ‘문화자유행동’도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한 것이다. 무슨 말인가. 두 단체가 정부의 비밀지령을 받고 특정인이나 적대적인 단체를 감시하고 고발이라도 한다는 건가.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가. 우리가 그랬으니 너희도 그럴 거라는 자기 고백인가.
 
그가 말한 게슈타포는 독일 나치 정권을 호위하던 비밀경찰 조직이다. 원래는 프로이센 주 정부 정치경찰이었지만 정치첩보활동 전담반을 분리해서 독일 공산당이나 자유군단 등 독일 사회에 만연했던 극단주의 정치 단체를 감시·사찰하는 부서로 조직되었다.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프로이센 주 내무장관인 헤르만 괴링이 반(反)나치 성향 간부들을 숙청하고 재창설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게슈타포의 시작이다. “나치가 지배하는 곳이라면 게슈타포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처럼 존속 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수상한 혐의만 보여도 무차별적인 감시·수색·처형으로 악명 높았다.
 
게슈타포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비밀경찰의 상징이며 나치 권력의 화신이나 다름없었다. 특정 단체를 지칭하며 ‘게슈타포’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앞세운 막말이고 관련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좌파는 자신들과 뜻이 다르면 ‘극우’나 ‘게슈타포’ ‘친일파’ 같은 용어로 프레임을 씌우려 하지만 ‘종북’이란 말에는 발작한다. 정작 좌파 진영의 대표적 문화단체인 ‘문화연대’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하는 데 게슈타포 역할을 했다. 광우병 선동 시위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은 좌파 세력의 힘을 과시한 경우들이고 ‘블랙리스트’ 난동은 대통령실과 문화부, 그리고 관련 산하기관들에게 ‘탄압’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피해자 코스프레였다.
 
문화미래포럼은 문화·예술계의 좌경화를 걱정하며 자정적인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했던 단체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화계의 좌경화 현상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의식화 교육·좌경화된 언론의 정부 비판과 선동·국방력을 스스로 줄이거나 무력화하려는 자해적 평화론·북한의 통일론을 추종하는 ‘같은 민족끼리’ 타령·법조계의 좌경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말살되고 사회주의 이념이 시대적 덕목처럼 만연하는 지경을 만들었다.
 
영화의 경우, 기업가를 노동자나 탄압하고 착취하는 집단처럼 매도한 ‘파업 전야’(1990), 빨치산 활동을 미화한 ‘남부군(1990)’, 베트남 전쟁 참전을 비난한 ‘하얀 전쟁’(1992)을 비롯해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조롱한 ‘그때 그 사람들’(2005), 한국전쟁 중 국군이나 미군을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주범으로 몰고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듯 주장한 ‘웰컴 투 동막골’(2005)과 ‘작은 연못’(2010), 광주 사태를 왜곡한 ‘화려한 휴가’(2007), 제주4.3사태를 오로지 경찰·군인의 토벌대 탓으로 돌린 ‘지슬’(2013)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작품들이 연이어 나왔다. ‘문재인입니다’(2023)는 전주영화제의 제작지원금 1억 원을 받았고 영화제에서 상영까지 했다. 좌파 카르텔이 드러난 구체적인 경우다.
 
출판 분야에서는 해방 시기를 좌파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해방전후사의 인식’(박명림·2006)이 사상교육의 교재가 되다시피 했고, 6·25전쟁을 공산주의자들의 통일 운동적 노력으로 묘사한 소설 ‘태백산맥’(조정래·1986∼1989)이 이목을 끌었다. 연극이나 미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을 비판하는 작품·활동이 수시로 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국가 운영을 맡았을 때는 지하조직의 세포처럼 움직였던 세력들이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권한과 예산·인력을 대대적으로 장악하며 지지 세력을 조직화하고 알박기하며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은 문화예술계의 좌경화가 얼마나 심해졌는가를 상징하는 시대적 용어가 되었다.
 
문화미래포럼은 이런 상황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누구를 고발하거나 탄압한 적이 없다. 그럴 자격도 역량도 없다. 문화자유행동 역시 현재의 문화예술계가 좌경화된 현상을 우려하며 이를 견제하고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에 뜻을 같이하는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참여한 단체다. 창립총회를 겨우 열었을 뿐 정상적인 활동 개시는 요원한 상태다. 격려하고 성원하지는 못할망정 출발 단계에서부터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은 문화 좌경화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단체의 싹을 자르기 위한 프레임 씌우기 전략인가. 뜻을 같이하는 단체가 더 많이 나와 문화연대나 민예총 같은 단체의 활동을 견제하는 것이 ‘정상화’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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