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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제국의 꽃’ [230] 구본신참론
우리 조상의 전통 가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07 06:30:10
 
 
짐은 심청전에 대해 의문이 하나 있다.”
 
하문하옵소서.”
 
심청은 아버지의 개안을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 그런데 용궁에서 부활하여 돌아온 심청은 왕비가 되어 맹인잔치를 열지 않느냐? 짐은 항상 이것이 이상했다.”
 
맹인잔치 말이옵니까, 폐하? 주지승의 말대로라면 심청의 아버지는 이미 눈을 떴을 것이고 더 이상 맹인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바로 그 점이야!”
 
폐하, 소신은 번역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심청은 주지승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사옵니다.”
 
짐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았느냐?”
 
광무 황제가 즐겁게 웃었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에서 이렇게 묻고 답하고 의견을 말하는 수업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래전부터 서원과 성균관에서 행해 오던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토의 혹은 토론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전통에 이미 있는 것이옵니다. 갑자기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옵니다.”
 
그대는 심청전의 불역판에서 주체적 개혁사상을 밝혔지. 짐은 그 부분에서 크게 감동했고 경이 김옥균 같은 자와는 전혀 다른, 참 인재임을 알아차렸도다.”
 
폐하, 미욱한 신에게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홍종우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의 구본신참론적 근대화 개혁 사상은 이미 재불 활동 시절에 형성되었다. 이는 근왕파 정치사상의 핵심 요지였다. 홍종우는 심청전 불역판 역자서문에서 민족주체적 개혁 사상을 당당하게 천명했다.
 
나의 이 글이 공화국에 사는 데 습관이 된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조상에 의해 세워진 정부 형태를 고수하는 것을 프랑스인들이 탓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것은 기질의 문제다. 국민의 관습에 미치는 풍토의 영향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증명된 바 있다. 인디언들이 에스키모와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그들을 책하려 하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다른 정체(政體)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정부 형태를 그대로 지켜 나가면서 유럽 문명을 이용하고자 한다. 우리를 돕고자 하는 자에게 우리의 자존심과 사랑을 바칠 것을 미리 약속한다.”
 
홍종우의 열망은 조선이 중국·일본·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이루는 것, 조선을 고립시키는 장벽을 철폐하고 그가 프랑스에서 배우려는 유럽 문명을 조선에 도입해 일본과 같이 조선을 근대화하는 것이었다.
 
폐하, 신은 외세에 의한 근대화나 감히 황제권을 약화시키는 근대화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옵니다. 하여 명을 받들어 친일개화파 김옥균을 처단하였나이다.”
 
외세를 업고 근대화한다면 그것이 대한에 무슨 이익이겠는가? 경은 동도서기론을 어찌 생각하는가?”
 
소신은 한··일 등 동아시아 국가에 공히 적용될 동도서기론은 가당치 않다고 봅니다, 폐하. 그저 동양인이 아닌 우리 조상·우리 민족이 창출하고 전승해 온 전통 가치가 근대화 개혁의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짐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짐은 경에게 아관망명 직후 궐내 친일괴뢰 숙청의 특별 임무를 맡겼던 것이지. 짐에게 황제 즉위를 권고하여 환궁 후 이를 성공시킨 것도, 광무연호를 건의해 성사시킨 것도 바로 경이 아닌가!”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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