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설
[사설] 헌재는 중대재해처벌법 현명한 심판 하라
헌법소원 청구는 절박한 중소기업인들 호소
책임 대비 과도한 처벌 규정에 과중한 부담
해외 CEO들의 한국행 막는 걸림돌이기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4 00:02:02
시행 이후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헌법재판소(헌재)로 공이 넘어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 9곳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05명이 최근 헌재에 중처법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중처법 시행을 유예하고 준비기간을 달라고 호소했으나 이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묵살됐기 때문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째이지만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 이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가 올해 1월27일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에 해당되는 전국 80만 개 이상의 중소·영세 사업장들은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 규정을 지적했다. 즉 이 법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명 이상의 종업원을 두는 사업장에는 소규모 식당·농장·선박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 사업장이 안전관리와 사고 대비를 위한 활동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37종의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준비는커녕 자신이 중처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는 중처법이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법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처벌이 가해진다는 규정은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공포스러울 정도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 5명을 선원으로 고용한 선장이 해상 전복 사고를 당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바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한 ‘한국의 글로벌기업 아태 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의 내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암참은 미국 기업 800여 곳을 대상으로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2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서 해외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국행을 막는 걸림돌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CEO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중처법으로 지적됐다. 일본·홍콩·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벌금형을 부과하는 이 법이 CEO의 리스크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헌법 소원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는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로는 처벌보다 안전사고 예방이 더 중요한데 이 법이 처벌에 치중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사실 중처법에 대한 위헌성 논란은 제정 당시부터 학계·법조인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안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는 데다 법 규정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헌법 최고기관에서 위헌성 여부를 엄밀히 가려 주길 기대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