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세계는 진영 논리 기반한 포퓰리즘 쇠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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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코노미’에 의한 불확실성 확대·역주행 우려
4.10 총선거 결과 따라 국가의 명운 크게 갈릴 것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9 06:31:10

전국이 선거 열기로 뜨겁다. 그만큼 선거가 끝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감케 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아직도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고 정치가 민생을 크게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거의 매번 정치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배신을 거듭해 왔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투표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 반면 후진국은 정치에 함몰되어 진영으로 갈라져 죽기살기식의 이전투구 선거판을 보인다. 특히 퍼주기로 경제가 정치에 의해 위협을 받는 ‘폴리코노미(Policonomy)’가 난무한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이익이 사라지고 국가의 위상이 지속해서 역주행하는 사례를 흔히 목격한다.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정치 본연의 기능을 더 왜곡시키는 것이다.

올해가 지구촌 슈퍼 선거의 해라고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가 선거 결과에 대해 내놓는 진단은 부정적이다. 많은 유권자가 경제가 자신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현재의 불판을 바꿔야 더 나은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럴수록 포퓰리즘에 대한 유혹이 확대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치판에 몰려드는 세력은 더 탐욕적이고 수준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갖은 비리와 부정·편법과 불법·범죄 전과 등의 이력을 가진 자들이 즐비하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자질이 이 정도라면 국민적 자존심 혹은 자긍심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게 국가의 곳간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실로 아찔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상황을 보면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진영 논리에 갇혀 사회적 자본이 감소하면서 성장 동력이 급격하게 후퇴하는 중이다. 인구절벽과 지방 소멸·산업 공동화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돈맥이 경화되면서 갈수록 더 살기 어렵다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가진 자들의 과시욕과 도덕 불감증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일을 해서 돈을 벌기보다 불로소득에 집착한다. 이런 환경이 정치가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키우면서 폴리코노미가 번식할 수 있는 생태계가 확장되는 빌미가 만들어진다. 국가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세계는 포퓰리즘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이와 결별하지 않으면 국가가 지속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 밖을 보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하기보다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들이 넘쳐난다. 이웃 국가들의 동향을 봐도 위기감은 더 증폭된다. 우선 중국은 우리에 관한 관심이 얼어붙고 있다. 협력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한국의 위치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는 우월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중국 기업은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중국 상품 진출을 위해 파상 공세를 펼친다.

일본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최근 일본 경제 일간지 닛케이가 삼성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를 하고 나섰다. 중국의 맹추격에 한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일본을 추월했던 한국 대기업의 위기와 추락을 비아냥거리고 있는 듯해 씁쓰레하다.

당연히 선거는 중요하다. 사활을 걸고 있는 정치판이나 이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행위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이와 무관하게 위중한 대한민국의 상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이웃 국가에 무시당하는 수모에 더해 글로벌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진영 이기주의와 비생산적인 정쟁을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경제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가 경쟁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이 기득권으로 내몰리고 비정상적 경제 행위가 판을 친다. 기술과 인재는 나라 밖으로 유출되고, 기업과 돈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자기 진영에 유리한 장기판을 만들고, 재정 건전성은 무시하는 정책이 남발되어 결국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그나마 이 시점에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더 나은 대안 세력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모두가 지금을 부인할 수 없는 대전환 시대라고 인식한다. 국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정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는 기저에 깔려 있다. 양극단에 치우친 무분별한 진영 논리보다 이에 속하지 않는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선거 레이스가 줄을 이으면서 결과에 따라 각국의 명암과 희비가 엇갈린다. 더 큰 도약대를 만드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잘못된 선택으로 뒷걸음질치는 국가로 분류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여야가 같이 이번 선거를 국가 미래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규정하면서 자기 쪽으로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실종된 저질 총선을 보고 있자니 실로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