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일본은 좌파 영화 ‘군함도’에 왜 질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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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자 학대하고 노예노동 시켰다는 완전 허구”
신간 ‘징용공 문제, 일본의 역사 인식을 말한다’ 화제
근로자 80% 이상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게 진실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7 06:31:05

책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이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여전히 불안한 한·일 관계의 내일을 걱정하는 21세기 세계시민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화제의 신간 ‘징용공 문제, 일본의 역사 인식을 말한다’(미디어워치 펴냄)가 문제의 책으로, 부제는 ‘일본은 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이다.

엮은이는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사람이다.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한·일 관계를 뒤흔들었던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에 대한 일본의 전면 비판이다. 기억하시듯 6년 전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전시 동원(모집·관 알선·징용 등)을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라고 살벌하게 규정했는데, 그게 정말인가를 따져 묻는다.

특히 내가 꽂힌 건 맨 뒤편 ‘한국영화 군함도의 심각한 사실 날조와 그 무서운 동기’란 글이다.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영화가 지구촌에서 가장 고약한 좌파 선전선동의 무기라는 걸 일본 사회도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7년 여름에 개봉돼 관객 659만 명을 그러모은 그 영화야말로 반일에 목숨 건 한국인의 평균 인식을 반영한다.

그 글을 쓴 이도 니시오카 쓰토무. 그는 최악의 반일 영화 ‘군함도’의 악영향을 당시 벌써 내다봤다. 그래서 개봉 직후 4차례 서울에서 직접 관람했다고 글에서 밝혔다. 그는 묻는다. 왜 그 영화를 삼성가(家)와 무관하지 않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배급했단 말인가? 그건 한국의 자유 우파가 풀지 못한 의문이기도 한데, 그가 본 ‘군함도’는 한마디로 혁명 선동의 영화다.

그건 ‘문재인 정권이 하려고 하는 촛불혁명을 부채질하는 것’이자 ‘남한 주류 보수세력을 친일파의 후예로 규탄하고, 반공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화’를 노린 것이라고 그는 호되게 지적한다. 정말 당혹스러운 건 ‘군함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증과 무관한 날조, 아니 숫제 거대한 허구란 점이다.

그에 따르면 징용공들이 학대받으며 강제 노역했던 걸로 그리는 것 자체가 픽션이다. 영화에서 섬에 도착한 징용공들이 현금·반지 등을 몰수당하는 장면도 유대인수용소를 떠올리게 하지만 당시 현실과 전혀 달랐다. 그의 표현으로 ‘용서할 수 없는 날조’는 “(일본이) 전쟁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 광부들을 전원 살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 미친 설정이다.

그런 학살에 친일파 윤학철이란 자가 가담하고, 그 음모를 독립운동가 박무영(송중기)이 폭로하면서 끝내 징용공들의 군함도 대탈출을 이끈다는 게 그 황당무계한 반일 영화의 얼개이자 스토리다. 고증과 담 쌓은 영화 설정이 뻔뻔하기 그지없는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오늘 밝히자. 필자도 그 영화 개봉 무렵에 니시오카 쓰토무처럼 한 매체에 이렇게 썼다.

“반(反)외세를 말하는 싸구려 반일 민족주의는 지금 어찌해 볼 수 없는 차원의 시민종교로 커졌는데, 그 상징이 지난해 영화 ‘군함도’에서 송중기가 ‘너(윤학철)의 반민족 행위를 조선의 이름으로 처단한다!’고 외치는 대목이다. 두 번 거푸 등장하는 그 대목에서 나는 몸서리쳤다. ‘저게 한국 사회에 장차 어떤 재앙을 낳을까?’”

오늘 이 책을 새삼 소개하는 건 징용공 문제가 다시 논란이기 때문이다. 마침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한·일 사이에 시비가 한창이다. 내용은 별 게 아니다. 그건 몇 해 전 하지마섬(군함도) 논란과 판박이다. 우리는 사도광산·하지마섬은 영화 ‘군함도’의 설정처럼 조선인이 학대를 받으며 강제노역했던 현장이라고 다시 흥분한다.

그래서 엉터리 민족 감정에 취해 ‘군함도’의 송중기처럼 지금 부들부들 떤다. 무엇이 진실일까. 잘 모르시겠다고? 그렇다면 옛 베스트셀러 ‘반일종족주의’(이영훈 외 지음)에 담긴 정보 하나를 제시할까 한다. 일제 말 일본에 건너갔던 근로자는 징용공(10만 명 미만)을 포함해 총 73만 명이었다.

단 근로자의 80% 이상 즉 60만 명 이상이 관 알선이나 모집에 따라 자발적으로 일본 땅을 찾아갔다. 심지어 브로커에게 거금을 안겨 주고 작은 배에 숨어 일본에 밀항하는 위험도 감수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일본에서 조선 땅보다 훨씬 높은 소득과 직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인 청년들에게 일본은 하나의 로망이었습니다”(69쪽)고 그 책은 쓰고 있다.

그래저래 6년 전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완전 뻥이다. 징용만 그러했을까? 일제 말 조선 청년이 일본군 사병이 되는 길이었던 육군특별지원병제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일본군이 된 젊은이는 1만7350명이었지만 지원자는 무려 80만 명을 넘었다. 합격률 2.16%의 문을 뚫으려고 저들은 몇 년 재수하고 혈서까지 썼다는 게 당시 역사의 진실이다. 그래서 다음 주는 숨겨져 온 그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