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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상운임 껑충… ‘공급망 삐걱’ 인플레 공포
홍해사태·파나마가뭄·항만노조파업 겹악재 속출
국제정치 영향… 가자전쟁 입장差가 사태 악화 불러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5 16:54:25
▲ 2월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 주도 제해권(制海權)은 지난 수십년 에너지수입국 및 통상국가들의 번영을 담보한 기본 환경이다. 이 '항행의 자유'에 중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운송망이 삐걱거리고 있다. 예맨 반군 후티가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공격을 강화해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팬데믹 시기 빚어졌던 물품공급 부족 및 지연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상황 악화의 가장 최근 배경으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미국 등 서방과 중동의 극단적 입장차를 들 수 있다. 20세기 이래 바닷길의 평화는 국제정치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좌우해 왔다.
  
24(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평균 해상 운임이 지난해 10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1200달러(167만 원)에서 최근 7000달러(971만 원)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 100%인 통상국가들에게 특히 심각한 여파가 예상된다
 
국제무역 위축과 진영 간 블록화 심화공급망 분절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글로벌 경제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에 의해 지탱되던 항행의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왔으며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대부분의 관계자 내지 전문가들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던 2021년 말 기록한 최고치 15000달러(약 2080만 원)보다는 낮지만 이전 통상 운임비에 비해 무려 5배 넘게 뛴 상황이다태평양 횡단 요금 역시 동반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미국 로스앤젤레스 해상운임이 2TEU6700달러(929만 원) 이상, 상하이~뉴욕 운임은 약 8000달러(1109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약 2000달러(277만 원) 수준이었다. 
 
노르웨이 해운데이터 분석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가 최근 운임 상승에 대해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추가 상승을 내다봤다. 운임 상승만 화주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일부 운송업체들이 이미 확정된 운송 일정을 취소하거나 운임 외에 컨테이너 당 특별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체인에 선물바구니를 납품해 온 한 사업가에 따르면 비싼 운임을 지불하려 해도 주문한 제품을 제때 실어다 줄 배를 찾기 어렵다. 그는 모든 게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NYT에 토로했다. 해운업계 혼란으로 인한 운송업체들의 요금 인상이 소매업자들의 연말 쇼핑시즌 제품 부족을 초래할 전망이다. 그 때문에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도 제기된다NYT미 대선에서 경제적 불안 원인의 하나인 인플레이션 이슈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이란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격화된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라비아반도 서쪽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이 피격을 우려하며 미 해군 호위함을 기다리거나 아예 운하를 피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고 있다. 수에즈운하보다 통상 2주 정도 더 소요되는 항로라서 그만큼의 시간과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다. 
 
나아가 아라비아반도 동쪽 걸프만 입구이자 이란~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인 호르무즈해협 또한 가자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언제 막힐지 모른다. 호르무즈해협은 수에즈운하보다 길목이 넓고 물동량은 적지만 봉쇄될 경우 우회가 불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의 주요 중동국을 오가기 위해선 지나야만 하는 곳이다. 호르무즈해협 상황이 국제유가의 뇌관일 수밖에 없다.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의 파나마운하는 지난해 가을부터 극심한 가뭄 탓에 수량 부족으로 운영 당국이 통과 선박 수를 줄였다. 대기 시간은 길어졌고 운하 통행료도 크게 오른 상태다. 게다가 최근 미국 동부와 동남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사용자 단체와의 교섭 중단을 선언하며 파업을 시사하는 등 9월 미국 대서양 연안 항구 노동자들의 파업 가능성이 가시화됐다.
 
캐나다에서는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채비를 하고 있어 밴쿠버항과 연계된 북미 물류망의 앞날도 어둡다. 밴쿠버행 화물이 최남부 캘리포니아로 둘러가야 한다. 설상가상 팬데믹 시기 공급망 교란 때 얻은 교훈에 따라 수입업체들이 재빨리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 시기를 앞당기는 추세다.
 
현 상황이 매우 복잡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제네타의 샌드 애널리스트 역시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글로벌 경제의 불가측한 변동성 확대에 보다 유연하고 정교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정치판의 새로운 구도에 대한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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