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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부풀려진 한동훈 팬덤의 허와 실
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3 06:31:00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사람에 대한 정치적 기대와 열광의 돌풍이 불면 ‘현상(phenomenon)’이나 ‘팬덤(fandom)’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전자는 2011~12년 정치판을 뒤흔들었던 안철수 현상이, 후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조국·한동훈 팬덤이 대표적이다. 비정치권 인사가 유력한 정치적 대안으로 부상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1990년대에는 정주영·이회창·조순 등이, 2000년대에는 문국현·정운찬·고건·안철수 등이 그 주역이었다. 실은 윤석열 대통령도 그 주역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 몇 년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의 야비하고도 집요한 탄압에 맞서 고투(苦鬪)를 해 왔기에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의 높은 지지율과 열광을 현상이나 팬덤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언어 용법으로 볼 때 현상이나 팬덤은 그 형성 과정이나 논리·이성적 근거에 비해 정치적 기대와 열광이 지나칠 경우를 지칭한다. 현상이든 팬덤이든 그 뿌리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깊은 실망과 정치적 대안 부재감이 자리하고 있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나 나라를 뜻하는 ‘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무리나 행태를 말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 대한 팬덤은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의 발현이라 논리·이성적 분석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팬덤은 좋아하는 마음과 다른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폄하·혐오·증오가 일체화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정당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기에 논리적·이성적·실사구시적 분석과 비판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동훈 팬덤은 여타 정치적 팬덤과 마찬가지로 진보·좌파를 꺾고 보수·우파 천하를 이어 갈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기대 심리가 투사되어 만들어졌다. 당연히 팬심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법무장관 시절 민주당의 어슬프고 치졸한 공세를 야무지게 받아친 탁월한 말솜씨에 열광한다. 총선 참패는 압도적으로 윤 대통령 책임으로 생각한다. 한동훈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108일간 전권을 행사한 당무(전략·공천·인사·조직·정책·정무·홍보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반성은 안중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간의 극심한 갈등과 그로 인한 불신은 엄연한 사실임에도 아예 부정한다. 당연히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되면 건강한 당정 관계가 정립될 것이고, 대권 후보로서 더 탄탄한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다른 경쟁자에 대한 과도한 폄하도 빠질 수가 없다.
 
한동훈 팬덤에는 엄연한 사실 관계도, 정치의 기본 상식도, 향후 지선·대선 전략도 결여되어 있다. 한마디로 허구와 희망적 사고로 잔뜩 부풀려진 거품이 많다. 이를 엄밀한 실사구시와 논리·이성에 입각하여 검증·비판하는 것은 지식인의 양심이요 의무다. 보수우파의 영혼과 체질을 강화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역대급 총선 참패 직후 국힘엔 무덤의 평화가 찾아왔다. 제대로 된 평가·반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평가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담담히 서술한 백서조차 내지 않았다. 백서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윤 대통령 책임론과 과도하게 축소된 한동훈·장동혁 책임론의 균형을 잡는 문건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이 하나만 보아도 전당대회는 여간 불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한동훈이 주도한 공천=당선인 텃밭·비례 공천에서는, 정권 교체를 이뤄 낸 유권자 연합을 복원·강화한다는 개념도, 진보·좌파의 제2촛불혁명 시도에 대항할 진용을 구축한다는 개념도 없었다. 윤 대통령도 간절히 원했고, 당헌당규에도 명시된 호남 배려도 없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소주성·좌편향 교육 등에 맞서 투쟁한 인사와 단체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한동훈의 텃밭·비례 공천은 향후 자신의 당권·대권 행보에 우군이 될 TV조선과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핵심 컨셉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당무에서 전권을 휘두른 자들이 참패 직후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니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이었다는 평가를 피해 갈 수 있겠는가.
 
여당 대선 후보는 무조건 현 정부와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밟고 가야 한다. 한동훈은 같은 검사 출신이고, 윤 대통령이 발탁한 사람이니 더더욱 차별화해야 한다. 문제는 윤 정부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옹호하고 방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차별화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스텝이 꼬인다. 상호 불신도 심한데, 정책·정무도 부실하니 윤·한 관계는 더 험악해 질 것이다. 대통령도 당 대표도 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의 여론이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훤하다. 실사구시에 입각한 평가·반성및 신상필벌과 윤 정부의 성공 및 지선·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심모원려(深謨遠慮)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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