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결국 무산… 자영업자 “망하라는 거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중견·중기·벤처

제7차 전원회의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무산
소상공인 “업종별 구분 적용 무산, 폐업 가게 폭증할 것”
편의점주, 최저임금·임대료 또 뛰면 ‘더 이상 버틸수 없어’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3 11:04:19

▲ 최저임금위원회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표결을 거쳐 부결했다. ⓒ스카이데일리

2025년 최저임금도 업종별 구분(차등) 없이 단일 임금이 적용된다. 소상공인업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사라지면 내년도 경영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최저시급도 못받는 점주가 많은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까지 무산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목소리다.

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여 부결시켰다. 이날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11표·반대 15표·무효 1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대해 동일한 금액을 적용한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한 차례만 이뤄졌다.

경영계는 소상공인 등 영세사업자의 지급 여력 한계 등을 들어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직전 전원회의에서 사용자들은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등에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를 간절히 바랐던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과 중소업계는 실망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최저임금이 52.4% 급증한 결과 적지 않은 영세 기업이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항변이다.

이병덕 경기도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이 무산됐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폐업하는 사업장(가게)이 속출할 것이다. 현재 이천도 소기업 폐업 사업장이 700개가 폐업을 했는데, 내년도엔 더 많이 폐업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연령별 등을 따져서 산정해야 된다. 한 예로 노동강도를 생각 안하고 20세와 80세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사용자위원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전원회의에서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안했다”라며 “이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식 심의자료와 작년 제공된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해 적용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제7차 전원회의 표결 과정에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일부가 투표를 막기 위해 위원장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를 방관한 위원장의 회의 진행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러한 민주노총 위원들의 강압적 행사가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못하고, 점주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것은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고 토로했다.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 출점 경쟁으로 매출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임대료·전기료 등 고정비용은 치솟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매장을 운영하는 비율인 다점포율이 지속해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의 다점포율은 2019년 28.9%에서 2023년 22.3%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CU의 다점포율은 20.6%에서 17.5%로 줄었다. 세븐일레븐의 다점포율도 2019년 24.0%를 기록한 이후 2023년 17.0%로 집계됐다. 과거보다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할 만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유는 지속 상승하는 임대료·전기료·관리비 등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점주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인건비와 임대료는 매장 운영비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서울에서 편의점 점포 1개를 운영 중인 A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점포 9개를 운영했는데 수익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다보니 지금은 1개만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와 고정비를 제외하면 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다수의 점포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와이프와 함께 풀타임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한 시간 대비 수익은 최저임금에도 못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