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親가상화폐 대통령으로서 중국 주도 막겠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경제

美 슈퍼파워 다짐 “20세기 초 철강산업처럼 육성”
“집권 첫날 바이든정부 규제론자 SEC위원장 해고”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8 17:02:51

▲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의 꽃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그는 이날 암호화폐를 백여년 전 철강산업에 비유하며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약속했고 바이든정부의 관련 정책을 비판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암호화폐 급등·급락·반등이 이어질 만큼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참석과 발언 내용이었다. 행사 참석 여부, 도착 지연, 발언 내용 관련해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의 급등·급락·반등이 이어질 정도로 트럼프 일거수일투족에 관련 업계가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연방정부의 비트코인 현 보유량(약 21만개)이 전 세계 공급량의 1%임을 짚으며 이를 “영구적인 국가 자산”으로 할 것, “지구촌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슈퍼파워 미국”을 위해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했다. 심지어 가상화폐를 “100여년 전의 철강산업”에 비유할 만큼 큰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그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은이나 금의 가치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소비 많은 가상화폐 업계를 위해 화석연료·원자력 발전 증대와 발전소 건설 관련 규제 완화까지 약속했으며, 미국이 가상화폐 방면의 슈퍼파워가 돼야 할 이유로 “미국이 외면하는 동안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할 테니까. 특히 중국이 장악하게 둘 수 없어서”를 꼽았다.

또한 트럼프는 “비트코인이란 정부의 강압과 통제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탄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재집권 시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해 참석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관련 규제에 앞장서 온 겐슬러 SEC위원장은 바이든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날 행사를 계기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7만 달러를 향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이날 오후 5시40분(서부 오후 2시40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24시간 전보다 1.40% 오른 6만8930달러(9550만 원)에 거래됐다. 트럼프의 참석과 예상 발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설 전날 오전부터 6만94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트럼프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암호화폐 산업 육성을 공약하자마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400만 달러(55억 원) 이상의 후원금이 몰렸다. 13일 트럼프 피격사건 직후 대선 승리 가능성 상승 조짐 속에 당장 암호화폐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이래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됐다.

예를 들어, 27일 비트코인2024 행사장에 예정보다 늦게 나타나는 동안 6만7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트럼프의 50분 연설 중 초반 30분 내내 가상화폐 산업 규제완화이 언급될 뿐 비트코인=전략적 준비자산 얘기가 안 나오자 6만6000달러대 밑으로 떨어질 듯 급락한 뒤 연설 후반부 다시 급반등한다.

기대하던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향후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고)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2기 행정부의 정책”“전략적 비축 비트코인의 핵심이 될 것” 등이 언급됐다. 각국 중앙은행이 대외결제를 위해 보유한 주요 기축통화·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금 같은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6만9100달러대까지 뛰어올랐다.

암호화폐를 가능하게 한 블록체인 기술이란 단순한 기술 혁신이나 금융 재테크 도구 이상의 철학적 의의가 있다. 권력구조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치철학에 뿌리를 둔다. 위험성 등 우려만으로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여지 등을 줄일 제도적 정비 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이유다.

국가에 지배된 법정통화와 달리 독립적 개개인이 유통시켜 화폐로서의 신뢰성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이들 암호화폐의 발상엔 인류의 궁극 목표인 자유·자주화(탈중앙화)와 통한다. P2P(Peer-to-Peer)의 수평적 상호작용과 중개 제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매개자 없이 직접적인 상호 작용과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검열·통제에 저항한 분산형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개개인이 보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개인의 주권과 자율성이 이들 신문명적 존재의 근본에 있다. 은행서비스에서 소외된 (담보자산 없는) 개인에게도 열려 있다는 잠재력 또한 눈길을 끈다. 그래서 수천년 문명사가 초래한 부를 비로소 재분배할 한 방식일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와 정보가 기록된 ‘투명한 불변의 원장(元帳)’을 제공하기에 암호화폐의 주요 특질 중 하나로 추가되는 게 ‘불변성’이다. 원장이 전 네트워크에 분산돼 있어 특정 사용자의 자의적 데이터 변경은 사실상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이야말로 플라톤 이래 서구 철학의 과제인 ‘완벽하며 불변한 영역’ 탐구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