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는 “여러분의 이웃이 일자리를 잃으면 경기침체고 당신이 일자리를 잃으면 경기불황이다”고 말했다.
오래된 명언에 사례 하나를 더하면 게임스탑 주가 급등 사태 당시 게임스탑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으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지 않았다. 주된 이유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월스트리트의 대형 헤지펀드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꼽혔다.
사람들은 수많은 가정이 파산할 때 자신들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살아난 월스트리트 헤지펀드들에게 한 방 먹이기를 원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 대한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결국 게임스탑을 공매도 했던 멜빈 캐피털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상황이 악화돼 파산했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은 거창한 경제 수치나 이론보다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제적 이득 또는 손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에게 손해를 준 무언가에 대해서는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하려고 하며 쌓인 분노가 제대로 터질 경우에는 실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최근 한국에서 기업에 의해 개인이 손해를 보는 사건이 여럿 발생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 과정에서 개인주주들의 손해를 본다고 반발했으며 큐텐 정산 지연 사태로 수많은 소비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합병을 강행하기로 했으며 큐텐 사태에 연관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대주주의 합병 비율 개편을 주된 골자로 하는 ‘두산밥캣 금지법’이 나오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 또한 논의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규제 논의가 나온 만큼 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이미 과잉 규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 시작했으며 대주주의 합병 산정 비율 개편 역시 영향을 받는 기업이 한둘이 아닌 만큼 경제 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활력 저하와 혁신 방해가 나올 것이고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및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도 언급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의 비교 자료와 권위 있는 경제학 교수님들의 의견 또한 따라올 것이다.
기업 오너의 이득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과연 기업이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맞는지 틀리는지를 떠나서 문제가 되는 건 기업 때문에 손해를 입고 화가 난 사람들과 자기도 손해를 입을까 봐 불안한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게임스탑 사태와 같이 단체 행동으로 타격을 주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화도 잔뜩 난 사람들에게 복잡한 경제 지표와 자유시장경제의 가치가 더 와닿을지 내 돈을 떼어먹은 무도하고 염치없는 기업들을 때려주겠다는 말이 와닿을지는 따져 보지 않아도 답이 뻔하다. 그러니까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규제안을 가져와서 내가 먼저 때리겠다고 달려드는 것이다.
규제 반대를 외치기 전에 과연 이 나라를 규제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