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치타에게 목이 졸린 것은 새끼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가슴 졸이던 어미 가젤이었다. 다른 가젤들은 모두 멀리 달아나고 없었다. 주변에 남아 있던 유일한 가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어미는 새끼를 살리기 위해 유인책을 쓴 거였다.
그날 새끼 가젤은 기어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 어미를 희생물로 바쳐야 했지만 그의 죄는 아니었다. 행운도 아니고 기적도 아니었다. 힘이 우세해서도 아니었고 달리기의 강자여서도 아니었다.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오늘은 죽지 않겠다는 질긴 생명력이었다. 생각하고 계산할 것도 없이 살아야만 한다는 본능, 살고 싶다는 절박한 욕망이 어린 가젤을 발버둥 치고 도망치고 다시 숨차게 달리게 했다.
그는 살았다. 스스로 살고자 노력하지 않았다면 어린 가젤에게 삶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배가 등가죽에 붙은 것 같은 치타는 어미 가젤의 목덜미를 물고 풀숲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사흘이나 굶은 세 마리의 배고픈 새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치타가 숨을 몰아쉬며 새끼들과 막 성찬을 시작하려고 할 때 한 무리의 하이에나 떼가 다가왔다. 빼앗아야만 살 수 있다는 의지로 그들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치타는 사냥을 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뒤였다. 굶주린 하이에나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치타는 사냥감을 순순히 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이에나 무리는 그날 모처럼 배불리 먹었다. 어린 가젤은 하루 더 생명을 연장했다. 그리고 치타 가족은 그날도 주린 배를 채우지 못했다.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하운을 잠시도 재우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키스하고 섹스했다. 처음에는 몹시 격렬했고 지나치게 서둘렀고 너무 조급했다. 그러나 하운은 참을성을 가지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녀의 몸을 쓰다듬으며 나는 아담에 대해서, 릴리트에 대해서, 카인과 아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운은 귀 기울여 들었고 이해했다는 뜻으로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천천히 서로의 몸에 익숙해질 시간을 가졌고 결국엔 와인병과 코르크 마개처럼 우리는, 꼭 맞았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 거예요.”
그날 밤 나는 치타에게서 벗어난 가젤처럼 그녀 안에서 뛰고 달리고 도망쳤다. 살아 있어, 나는 살아 있는 거야, 그녀 안에서 속삭이고 웃고 마음껏 꿈꾸었다. 따뜻하게 젖은 그녀 안에서 나는 걷고 신나서 달리고 높이 날아올랐다. 주결의 약이 어쩌면 비아그라와 같은 게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나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끝없이 이어지는 완벽한 합일의 기쁨,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육체의 황홀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반복해서 그녀의 귀에 ‘아,릴리트. 나의 릴리트.’ 절박하게 속삭였다. 사내들이 아내를 두고 외도를 도모하는 이유는, 야생을 그대로 간직한 릴리트를 꿈꾸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러다가는 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절정의 끝에 선 뒤에도 잠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다시 눈을 떴다. 살아 있고 싶은 열망,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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