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비리 한예종 교수 ‘감봉’…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교육·취업

직접 가르친 학생 시험위원 맡아… 투명성 훼손
비리 신고해도 조사‧입증 어려워… 근절 ‘공염불’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6 17:30:09

입시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입시 비리에 대한 신고가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징계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입시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로 신고센터를 대대적으로 운영했음에도 사후 대응의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한 교수가 2년 동안 외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자신이 지도한 학생이 한예종 입시에 지원했음에도 시험위원으로 참여한 사건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감사에서 적발된 것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문체부는 해당 교수가 교원의 과외교습 금지 및 시험위원 회피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한예종에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의 징계는 경징계로 그쳤다.

문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특정 감사 결과에 따르면 A교수는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사설 피아노 강습과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하며 학원법에 따른 교원의 과외교습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 또한 일부 학생이 한예종 입시에 지원했음에도 A교수는 시험위원으로서 회피하지 않아 시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 관계자는 “A교수의 수강생 중 입시 지원자들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점수를 더 주는 등의 문제는 없었지만 시험위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위가 명백해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예종은 7월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경징계인 ‘감봉’ 처분을 내렸다. 외부 변호사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전원 경징계에 동의했고 한예종은 “해당 교수가 외부 강의를 학교에 신고했고 학생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없었다”며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에서 한예종의 입학시험 채점 보안 관리 소홀‧예술한류 전통예술 선도사업 운영 부적정‧악기 구매 업무 부적정 등 추가적인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예종의 입시 및 학사 관리 문제는 오랫동안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왔고 올해 음대 입시 비리 이슈도 감사의 주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입시 비리 신고는 제도적 개선의 시작이지만 사후 처벌의 실효성이 부족한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개설한 입시 비리 신고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101건의 신고 중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적다. 입시 비리의 근절을 위해서는 신고 제도의 운영뿐만 아니라 사후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