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남산이 곤돌라 설치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서울시가 최근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기존 남산 케이블카에 더해 친환경 곤돌라 설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남산 곤돌라가 다시 추진되는 것은 7년 만이다. 서울시는 2026년 봄 운행을 목표로 지난달 5일 남산 곤돌라 사업 착공식을 진행했다.
남산은 면적이 293만5762㎡에 높이는 270m에 달한다. 여의도 전체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서울 시내에서 상당히 넓은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경관일 뿐만 아니라 도심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환경의 중심 고리다.
남산에는 N서울타워·전망대·야외식물원 등 다양한 여가시설이 조성돼 연간 약 800만 명이 찾고 있다. 서울 도심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 정상까지 5분 안에 올라갈 수 있다는 곤돌라 노선은 남산이 낳는 그야말로 ‘황금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내년 11월쯤 완공될 곤돌라가 연간 189만 명이 이용해 적어도 189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시는 이 재원으로 스카이워크 설치 등 남산생태보전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0년 넘게 남산케이블카를 운영해온 한국삭도공업은 이를 ‘민간기업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역시 남산 생태계의 심각한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남산 인근 주민들 또한 생활환경이 더 악화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곤돌라 설치로 남산이 큰 몸살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황금알을 낳을 남산 곤돌라
서울시가 400억 원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곤돌라는 10인승으로 명동역에서 약 200m 떨어진 남산예장공원에서 출발해 남산 정상부까지 804m를 운행하게 된다. 25대가 초속 4∼5m로 운행하며 시간당 1600∼2000명의 방문객을 수송한다. 편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 3분. 기존 케이블카의 3배가 넘는 수송 능력이다.
준공 목표는 2025년 11월이다. 서울시가 공공성을 강조한 만큼 이용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1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남산 케이블카(성인 왕복 1만5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계 설비적 측면에서 케이블카와 곤돌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탑승 방식만 다를 뿐이다. 케이블카는 탑승기가 멈춰 선 다음 승객이 승하차를 하고 곤돌라는 탑승기가 움직일 때 승하차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타당성 분석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99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준 1을 넘겼다”며 “5년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 남산 케이블카가 명동역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산 곤돌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과거 재임 시절인 2008년과 전임 박원순 시장 임기 중인 2016년에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의회의 반대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로 무산됐다. 곤돌라의 하부승강장인 남산예장공원은 애초 곤돌라 도입을 염두에 두고 조성됐으나 사업이 무산되면서 현재 썰렁한 도심공원이 됐다.
서울시는 곤돌라 설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지속 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의 조언을 반영해 곤돌라 운영 수익을 남산 생태 관리에 활용하는 별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관광 가치를 높이면서도 생태 보존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여서 곤돌라 사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2026년 본격 가동될 이 곤돌라가 오 시장의 재임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26년은 지방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곤돌라 수익을 활용해 남산의 다양한 구간을 개선할 계획이다. 용산공원과 이태원 등 도심 조망이 뛰어난 남사면 구간(남산도서관∼남산야외식물원)에 스카이워크를 설치하고, 팔도소나무 단지와 연계해 전국의 대표 정원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야외 숲 박물관도 조성한다. 또한 남산 둘레길(7294m)·한양도성길(3892m)·성곽길(2285m) 등의 탐방로도 정비해 방문객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
서울시 계획대로 곤돌라가 설치되면 벼랑끝 위기에 몰릴 곳도 있다. 남산 케이블카를 196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이 바로 그곳이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서울시가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민간기업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곤돌라 설치 예정지가 하부승강장 기준으로는 약 600m, 상부승강장 기준으로 약 120m 정도로 가까이 있기에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이 지난해 케이블카로 올린 매출은 약 195억 원으로 이용객은 160만 명에 달한다.
한국삭도공업은 8월 말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도시시설 변경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시가 곤돌라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달 1일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바꾸는 꼼수를 뒀다는 주장이다.
곤돌라 운행에 필요한 기둥 5개 중 남산공원(숲) 내부에 설치되는 중간 기둥은 2개다. 곤돌라 운영을 위해서는 높이 30m가 넘는 중간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높이 12m 이상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가 없다.
한국삭도공업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용도구역을 ‘해제’할 때만 기준이 있는 것이고, 이번 용도구역 ‘변경’은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송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남산 생태 문제로 곤돌라 설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곤돌라로 관광객이 늘어나면 이미 훼손된 남산 숲이 더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가 운영 수익금을 전액 생태보전 사업에 쓰겠다고 했지만, 보호지역을 개발해 수익을 얻고 그 돈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곤돌라 지주(기둥)와 같은 영구적인 시설물이 들어서고, 정류장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식생과 야생동물의 서식지 등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곤돌라는 더 많은 사람이 남산 정상부를 방문하고 이용하게 하는 시설”이라며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서 정상을 비롯한 남산 전체에 또 다른 편의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곤돌라뿐만 아니라 남산 주변 연결을 위해 스카이워크를 설치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통과하는 시설이라 멸종위기 새매가 번식하고, 천연기념물 솔부엉이·소쩍새가 서식하는 등 야생동물의 소중한 터전이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설물 설치로 발생될 소음과 진동이 새들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확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새매와 솔부엉이 같은 맹금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며 그들의 서식지 안정성은 생태계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음과 진동은 이 맹금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먹이 사냥 패턴을 방해하거나 번식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인공물이 남산에 설치되면 새들의 서식지 이탈과 개체 수 감소는 자명하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남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불가피한 곤돌라 사업에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고 말했다. 또한 곤돌라가 만들어진다면 결과적으로 남산에는 수시로 지나가는 2개의 삭도가 놓여져 괴상한 경관이 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서울시가 남산의 생태환경을 진정으로 고려한다면 곤돌라 등 대규모 개발사업보다는 남산에 휴식년을 두는 등 탐방객 수요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산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곤돌라 설치로 생활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남산 인근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지역인데, 곤돌라까지 추가되면 교통 혼잡과 소음, 그리고 환경 오염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장충동에 30년 넘게 거주 중이라는 A(67) 씨는 “나이 든 동네 주민이 쾌적하게 다닐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드는 데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당국의 행정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국립극장 방향 보행로를 통해 남산을 종종 산책한다는 다산동 주민인 B(39) 씨는 “남산 국립극장 반대편에 있는 버스정류소에서 많은 사람이 대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이 정류소는 인도가 좁고 도로와 가까와 무척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적은 돈으로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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