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최초로 10일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처남의 부당대출 건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임종룡 회장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저지른 부당대출 건을 금융감독원 등 금융 감독당국에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우리은행 내부에선 손 전 회장의 처남이 우리은행에서 수백억 대에 달하는 대출을 편법으로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직전 최고경영자(CEO)의 친인척이 616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고 이 가운데 350억 원이 부당한 대출이었으니 은행 안에서 뒷말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손 전 회장의 처남은 자신의 매형인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직에서 내려오고 임종룡 회장이 새로 회장에 취임한 작년 3월 이후는 물론 올해 1월까지도 지속적으로 부당대출을 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회장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임 회장이 회장직 임무를 수행한 시기가 작년 3월부터이고 손 전 회장의 처남이 대출을 받은 시기가 올해 1월까지이니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도 무려 10개월 동안이나 손 전 회장의 처남은 우리은행 내·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아무리 늦어도 작년 말 경엔 전임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의 처남이 수백 억대의 부당대출을 받아 온 사실을 인지한 내부고발자가 수없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 이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도 올해 1월부터 해당 문제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1차 검사가 3월에 끝났는데도 이를 전혀 금융당국 등에 신고하지 않고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등 문제를 덮고 쉬쉬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내부고발자는 결국 5월 경 금감원에 이를 신고했다. 이어 금감원이 6~7월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하고 8월 금감원이 이번 사태 관련해 정식 발표를 하기 이틀 전에야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처남에게 부당대출을 해 준 지점 본부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타임라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사건 덮기’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금감원이 출입기자단에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 관련한 검사 결과 자료를 배포한 것이 8월9일 금요일 오후 5시40분 경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해당 내용에 대한 보도 시한을 8월11일 일요일 정오로 엠바고(embargo·일정한 시간까지 보도를 금지하는 것)를 걸었다. 물론 해당 보도자료엔 금감원은 우리은행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익명 처리를 했다.
그러나 한 주를 마감하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 업무 시간 종료 직전에 금감원이 엠바고 자료를 배포했는데도 언론은 해당 은행이 어디인지 취재에 들어갔고 곧 부당대출을 저지른 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사실이 언론사 내부 정보 보고로 밝혀졌다.
결국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엠바고를 걸고 언론이 본격 취재에 돌입한 이날 오후 사건을 더 이상 외부에 감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제야 사건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이 8월11일 정오로 사건에 대한 보도 엠바고를 걸었기에 이번 사건의 전말은 금감원이 언론에 검사 결과 자료를 배포한 9일 금요일 오후가 아닌 일요일인 11일 낮 12시에 세상에 공개됐다. 그러나 금감원이 보도자료에서 은행명을 익명 처리를 했음에도 엠바고가 풀린 11일 일요일 정오가 되자마자 부당대출 사태가 터진 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뉴스가 곧바로 쏟아졌다.
이는 금감원이 익명 처리를 한 보도자료 엠바고를 낸 9일에 이미 언론은 우리은행이 부당대출을 저지른 사실에 대한 취재 및 기사 송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그리고 우리은행이 사태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한 것도 결국 9일이 돼서였다.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우리은행은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고도 금감원에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심사 소홀 등으로 취급 여신이 부실화된 경우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 세칙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결과 자료가 출입기자단에 통보된 8월9일부터 이 사태가 세간에 공개된 8월11일까지 3일간의 행적에서 우리은행 측이 보인 행보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금융이 해당 사건을 끝까지 감추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 모든 행보의 최종 책임자는 결국 임종룡 회장이다. 임종룡 회장이 이 사건을 끝까지 감추라고 지시했는지의 여부는 밝히기 어렵다. 설사 그랬다고 해도 임종룡 회장이 이를 시인할 리도 만무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금융이 벼랑 끝까지 몰리면서도 사태의 전말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감추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잘못에 대한 무거운 짐은 최고경영자가 질 수 밖에 없다. 임종룡 회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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