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예산안’ 강행 땐… 산업 경쟁력 회복·민생사업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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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삭감한 세부사업 총 286개 4조1000억 규모
예비비·국고채 이자상환 감액 2.9조… 전체의 70%
의료 인력 양성 등 정부 의료개혁 추진 예산도 싹둑

정수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9 14:36:16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관들과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2025년 예산안이 내년 초부터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신속히 확정해 주길 요청드린다”며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와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예산 폭거’를 거론했다.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삭감해 국정 운영을 어지럽힌다는 것.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야권의 탄핵 추진으로 정작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통상 국회에서 예산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극적 타결’로 마무리돼 왔으나 이번에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677조4000억 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중 4조8000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절반인 2조4000억 원으로 감액했다. 또 대통령실 특활비(82억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9100만 원)·특활비(80억900만 원) 등을 삭감한 반면 국회 특활비 9억8000만 원과 특경비 185억원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정부안에서 총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 원 규모의 수정안을 지난달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수정안은 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여야의 대립이 격화하고 정부도 이를 문제 삼으면서 10일까지 협상 기간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9일 현재 그 향방은 안갯속이다.

윤 대통령은 3일 계엄 선포 당시 야당의 예산 삭감에 대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앞서 정부가 지적한 감액안의 문제점 역시 △경제 리스크 가중 △산업 경쟁력 골든타임 실기 △민생·지역경제 지원 계획 차질 등이다. 삭감된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8일 나라살림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따져보면, 국회에서 야당 위주로 삭감한 세부사업은 총 286개로 총 4조1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예비비와 국고채 이자상환 감액액만 2조9000억 원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1조2000억 원(29.3%)에 불과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비비는 국회 심의 없이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으로 행정부는 예비비에 많은 금액을 편성하고자 하고 의회 심의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회는 예비비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양측 모두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번째로 많이 삭감된 국고채 이자상환 금액은 법적의무 지출로, 이에 대한 삭감은 실제 지출액을 감액한 것이 아니라 내년 국채 이자율 전망 수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지출되는 금액 추계를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 삭감된 사업은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으로 이는 의사 증원, 즉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과 관련돼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 밖에도 유전개발사업 출자사업은 대왕고래 사업의 감액으로 506억 원에서 497억 원이 감액됐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를 위한 이 사업의 경우 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였던 사업인 만큼 삭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권의 의견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했다고 국회의 예산안 심의 절차가 종료된 것은 아니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 수정안이 만들어지고 의결되는 것이 그동안 국회 예산 심의의 관례”라며 “예결위안과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을 동일시 하는 것은 국회 심의 절차와 관행을 오해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수희 기자 j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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