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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만남을 갖고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모색했다. 지난해에 이어 삼성그룹 서초 사옥에서 두 번째로 만난 이 부회장과 주커버그 CEO는 페이스북폰과 가상현실 기기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의 핵심 관계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두 기업의 수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스카이데일리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삼성그룹 경영의 ‘키’를 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나 페이스북폰, 가상현실 사업 등에 대해 협력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했다.
지난 14일 방한한 주커버그 CEO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약 2시간 반 동안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 이재용, 주커버그 두 경영자는 페이스북 전용폰에 대한 구체적인 사양과 출시 시기 등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 페이스북이 올해 인수한 오큘러스를 통해 두 기업이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 사업 진출을 공조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헬스케어와 모바일 광고 분야에 대해서도 주커버그 CEO와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리에는 이재용, 주커버그 외에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이 함께 동석했다.
이재용 부회장, 아버지 유고 이후 5개월간 ‘사실상 총수 행보’ 활발
이재용 부회장과 주커버그 CEO의 만남은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성사됐다. 이 부회장은 주커버그 뿐 아니라 최근 5개월간 주요 정치인과 IT업계 거물들을 만나면서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7월에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중국 내 주요 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9월에는 대구에서 열린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출범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동행했다.
▲ 자료: 삼성그룹 ⓒ스카이데일리
이달 1일에는 방한한 응웬 푸 쫑 베트남 최고 지도자를 삼성 서초 사옥에서 맞이하면서 삼성과 베트남 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14일에는 방한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삼성 서초 사옥을 초대해 두 기업 간의 협력을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고 해외 기업도 4차례 인수했다.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을 5번 다녀왔는데, 미국에 거주하는 글로벌 IT업계 리더를 만나 협력관계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캐나다의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인 ‘프린터온’ 등 해외 IT기업 4곳을 인수합병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상 유고 이후 활발해졌다.
재계에서는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회장 대신해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구체적인 후계 구도는 아직까지 공개된 것이 없지만 유교적 전통을 중시하는 삼성가의 분위기 상 장남이자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대통을 이어받는 것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자료: 페이스북 ⓒ스카이데일리
재계 관계자들은 이건희 회장의 유고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과 주커버그의 이번 만남이 다른 때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하고 있다. 두 경영자들 간에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폰과 가상현실 사업 협력이 미래 먹거리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실패의 위험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냉철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 “페이스북폰 실패 사례 있어 삼성의 묘수 필요” 지적
삼성과 페이스북이 협력할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폰은 이번에 처음 기획된 사업이 아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두 번에 걸쳐 이미 실행된 아이템이다.
페이스북은 대만의 핸드폰 제조사 HTC와 협력해 지난 2011년 페이스북 전용 폰인 차차(ChaCha)와 살사(Salsa)를 발표했다. 두 가지 폰은 모두 기기 하단에 페이스북을 의미하는 ‘f’ 모양의 버튼을 탑재했다.
‘f’ 버튼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을 지녔다. 사진을 찍고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페이스북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고 음악을 듣다 버튼을 누르면 곡명을 페이스북 친구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페이스북에 업데이트가 있으면 버튼이 반짝이기도 한다. 또 이 폰으로 전화를 받을 때는 상대방의 페이스북 근황과 생일 등 정보가 표시된다. 하지만 이 제품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 ⓒ스카이데일리
2013년에는 HTC 퍼스트가 출시됐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 홈 화면을 ‘페이스북 홈’ 화면으로 구성한 것이 큰 특징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페이스북 홈의 설치가 가능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페이스북과 HTC가 야심차게 출시한 페이스북 전용폰인 차차, 살사, HTC 퍼스트가 연달아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이재용과 주커버그 사이에 논의된 페이스북폰에 대해 우려의 의견이 나왔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충성 고객들이 이 폰을 살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며 “굳이 전용폰이 아니더라도 다른 폰에서도 충분이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대로라면 페이스북폰은 쪽박이지만 삼성의 묘수가 있으면 대박을 칠 수도 있다”며 “이재용은 쪽박과 대박 사이에서 어쩌면 위험한 도박을 할 수밖에 없는 고뇌에 빠진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 양사 이미 협력체제, 전문가들 시장성 호평 ‘미래산업’ 기대
페이스북폰에 대한 우려와 반대로 업계는 가상현실 기기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월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기기 제조업체인 오큘러스VR과 협업해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VR’을 공개했다. 오큘러스VR은 지난 3월 페이스북이 23억달러(약 2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해 삼성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사업으로 연결돼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컴퓨터를 통해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3차원으로 실제처럼 만든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비행기 조정법 훈련, 제품 설계, 가구 배치, 게임, 동영상 관람, 시뮬레이션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성이 만든 ‘기어VR’은 삼성 갤럭스 노트4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노트와 헤드셋을 합체해 사용자에게 3차원 영상을 제공한다. 이를 체험한 사용자들은 “놀랍다”, “기존 기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호평을 내놨다.
▲ 지난 14일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취재진을 피해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왼쪽은 지난해 6월 방문 당시 주커버그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 14일 주커버그 일행을 만나러 삼성 서초 사옥에 들어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에 따르면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2012년 1380억달러(한화 147조원)였고 2030년에는 1조4367억달러(1532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을 매개로 힘을 합치면 세계 가상현실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기 및 콘텐츠 제작에서 두 기업이 협력할 경우 그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시장성이 밝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삼성의 미래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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