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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인재 확보는 국가 명운을 좌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욱 그렇다. 핵심 인재 양성 추진과 고용 형태 다양화에 대응할 국가 인재 확보 정책이 요청된다. 그러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의과대학 쏠림 현상에 따른 폐해가 극심하다. 무엇보다 우수 이공계 인재 이탈로 첨단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의대 입시 실패자 증가, 의학 외 분야의 인재 부족으로 전문 인력 불균형까지 초래되고 있다.
답이 뻔한 질문을 하게 된다. 왜 학생과 학부모에겐 의대 진학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오는 것일까. 다른 직종에 비해 사회적 위상과 안정된 수입이 있다는 점에서 의사라는 직종이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의대 쏠림 현상의 그늘이 짙다. 무엇보다 필수의료와 농어촌 의료 인력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사실 의대생 증원 문제로 전공의 등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가 9월에 복귀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도권과 지역 병원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하다. 지역 병원에 취업했던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도미노’ 이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수당과 주거 지원으로 의사 정주를 유도하는 지역 필수의사제 시범 사업은 전체 모집 인원(96명)의 약 60%만 채워졌다. 개원가로 떠난 필수의료 전공의의 복귀율도 저조하다. 특히 지역 병원은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 등 필수 과목 의사를 아예 구할 수 없어 분만실과 응급실 문을 닫고 있다.
바람직한 의료 공급 체계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적기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 체계와 인력 구조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보건의료인들이 호소한 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지방 의료 위기와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착수해 주목되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내에 ‘필수의료 특별법’과 ‘지역 의사 양성법’을 처리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 진료 분야의 인력 공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수가 인상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필수의료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응급·분만·외상·소아 분야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환자 이송·회송 체계, 진료 정보 공유, 인력 교류를 포함한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토록 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행정·재정·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권역별 거점의료기관은 인력 파견과 교육·연구, 전문화 기능을 맡아 필수의료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의사 양성법은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입학금·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 교육 전 과정을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고, 도중에 이탈하면 지원받은 학비와 법정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사실 기존 정책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렇기에 이번 2개의 의료 법안은 나름 타당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절차 없이 지난 정부처럼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성공할 수 없다. 의사협회 등의 합리적인 의견과 대안을 수렴하는 투명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고급 인재의 의대 쏠림을 막고 4차산업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진학하도록 유도하는 교육 및 산업 인력 확보 정책을 수립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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