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이 시작되었다. 음력 정월부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갑자년 시작은 동지에 비롯되었으니 지금이 을사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을사년에는 별로 좋은 일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히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1905년에 있었던 ‘을사늑약’이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잘못된 조약의 체결이다. 여기서 유래한 단어가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다. ‘을씨년스럽다’는 ‘남 보기에 탐탁하지 않고 몹시 쓸쓸하다’ ‘싸늘하고 스산한 기분이 있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이 ‘을사년 같다’고 하여 생긴 말인데, 발음이 변하여 ‘을씨년스럽다’로 되었다.
1905년(을사년)에 특히 대홍수로 국토가 황폐해지고 식량이 부족하여 백성은 큰 고통을 겪었다. 거기에 일본의 강점 야욕을 담은 조약이 체결되니 당시 백성에게는 을사년이 아주 비통하고 슬픈 시절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을사년스러운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와 같은 것이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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