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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 기세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이 15일까지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시속 최대 50마일(80㎞/h)의 바람과 시속 70마일(113㎞/h)의 돌풍이 예상된다. 기상학자 리치 톰슨은 14일이 가장 우려스러운 날이라며 “거센 돌풍·건조한 대기·마른 수풀”을 최악의 위험 조건으로 꼽았다.
캘리포니아 및 다른 9개 주와 멕시코에서 온 1만4000명 이상의 인력과 소방차·항공기 각각 1354대·84대가 투입됐으나, 이날 오전 현재 서부 해변 고급 주택가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을 비롯해 LA 카운티 내 4건의 산불로 160㎢가 불탔다. 샌프란시스코보다 큰 면적이다. 한인들이 많은 인근 동부 내륙 알타데나 ‘이튼 산불’ 진압률이 27%이며 가장 큰 ‘팰리세이즈 산불’은 약 11%가 잡혔을 뿐이다.
사망자·실종자는 각각 16명(총 32명)으로 증가했고 불탄 건물도 1만2000채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JP모건 예측 손실액을 12일 현재 500억 달러 (약 73조 원)로 보도했다. 8일 추정치의 약 두 배 액수이며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내 역대 최악의 산불 사례 역시 캘리포니아주였으며 이번 피해는 2018년 당시의 피해액 125억 달러(한화 약 1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수 주민이 대피하면서 빈 주택·상점털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약탈 혐의로 29명이 체포된 상태다.
당국이 시민들에게 일상 생활용수 절약을 호소할 지경이며, 팰리세이즈 같은 부촌마저 소방용 급수가 메말라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지적 대로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의 치수 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산불이 순식간에 주택가를 덮친 8일 트럼프는 그간 희귀 물고기 보호를 위해 풍부한 북부발(發) 물줄기를 태평양에 쏟아버려 소방용 급수가 메말랐다며 “이 모든 게 개빈 뉴섬 주지사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LA 당국이 인력 및 물품 부족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내 도시들이 소방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상당 부분 무상 기증한 게 알려져 불만의 목소리가 무게를 더하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각)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캘리포니아주 소방서들이 우크라에 장비를 기증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폭스뉴스 통계와 자체 조사를 들어 “해당 주장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번 산불 최대 피해 지역 인근의 샌프란시스코·산호세가 소방 장비 및 물자를 유출한 것은 사실상 뼈아프다. 산호세 2022년 7월 보도자료엔 100만 달러어치 이상의 대(對)우크라 안전장비 지원 계획 아래 자가호흡장치 에어팩 373개, 마스크장착조절기 600개, 공기호흡실린더 183개, 자가호흡장치 마스크 수백개 등을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 스푸트니크도 나섰다. 이 러시아 매체는 나흘 전 “캘리포니아 산불과 우크라이나: 놀라운 연관성?” 기사에서 “치명적 산불 속 LA가 우크라를 돕느라 스스로를 구덩이에 파묻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곳 소방서가 우크라에 기증한 것들은 현 위기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물품들”이라며 캐런 배스 LA 시장(민주당)이 올해 회계연도에 소방서 예산을 1760만 달러 삭감한 것을 “사태 악화” 원인으로 짚었다. 산불이 잦은 곳인데다 약 1300km²(서울 면적 두 배 이상) 내 400만 인구를 4000명 미만 소방서 직원이 감당해 왔고 이에 따른 부담이 2020년부터 부각됐음에도 노숙자·불법이민자 뒷바라지를 위해 예산을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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