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작년에 8조 원이 넘는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흔들리는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리 하락기를 맞아 자본성증권 발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자 부담 우려도 크다. 이를 두고 후순위채 발행이 아닌 가용자본 질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서 확인한 결과 2024년 보험사(15곳)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총 8조655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3조1540억 원) 대비 5조5000억 원 이상 커진 규모다. 종전 역대 역대치였던 2022년(4조550억 원)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종류별로 보면 후순위채 6조7500억 원·신종자본증권이 1조9050억 원 발행됐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이 1조9000억 원(3건)으로 가장 컸고 현대해상이 1조8000억 원(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교보생명 1조3000억 원(2건)·메리츠화재 8000억 원(2건)·농협손해보험 4500억 원·롯데손해보험 4300억 원(4건)·한화손해보험 3500억 원·동양생명 3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에 적극 나선 것은 킥스 비율 하락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돼 발행을 늘리면 가용자본이 커져 킥스 비율이 올라간다.
규정상 킥스 비율이 100%를 밑돌면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200%가 넘는 보험사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을 80%로 낮춰 배당가능이익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배당 제한도 둬 킥스 비율을 높일 유인은 크다.
자본성증권 발행 효과는 컸다. 작년 6월 말 킥스 비율이 162.8%였던 한화생명은 9월 말 164.1%로 1.3%p 개선됐다. 현대해상도 같은 기간 169.7%에서 170.1%로 킥스 비율이 0.5%p 올랐다. 교보생명(8.3%p)·메리츠화재(32.2%p)·한화손해보험(6.5%p) 등 9곳도 개선세를 봤다.
문제는 금리 하락기를 맞아 킥스 비율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는데 보험사 부채 만기는 자산 만기보다 길어 금리변동 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얘기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하락할 경우 생명보험사 킥스 비율은 25%p·손해보험사는 30%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작년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8조6550억 원)의 평균 이자율은 5.60%인데 이를 단순 계산하면 이자비용은 연 4847억 원 수준이다. 2023년 국내 생보사 14곳의 합계 순이익(3조8562억 원)의 13%에 달한다. 자본성증권 특성상 만기가 10~30년으로 길긴 하지만 발행을 지속할 경우 보험사 실적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후순위채 발행이 아닌 더 높은 방안을 통해 리스크관리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조건부 자본증권·만기 30년 국채선물·내부모형 적용 등 킥스 시행으로 활용 가능한 자본관리 방안이 확대됐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금융당국은 킥스 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의 질을 높이고 요구자본을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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