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의약품의 제형 설계 영역까지 진화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고 임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책과제를 통한 AI 제형 설계 플랫폼 구축 시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2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AI 기반 방출조절·복합제형 통합 최적 설계 플랫폼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과제의 핵심은 연구자가 약물이 몸속에 들어가 흡수되고 배출되는 목표 농도 변화(약동학 프로파일)를 입력하면 AI가 최적화된 약의 처방 비율과 제조 방식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약이 녹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출조절 제형과 여러 성분을 하나로 묶는 복합제형 설계를 AI로 극대화할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AI가 결과를 도출한 근거를 연구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머신러닝(Explainable ML) 기술과 최소한의 시험으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실험계획법을 플랫폼에 결합한다. AI는 약이 몸속에서 녹아 나오는 양상을 예측하고 최적의 첨가제와 공정 조건을 추천하게 된다. 또한 대웅제약은 위와 소장 환경을 그대로 본뜬 생체모사 시험 장치를 함께 개발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향후 실제 의약품 개발과 시생산 검증을 거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도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을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인 하프(HARP)를 활용해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발굴했다. 한미약품은 8월24일 미국 제약사 제넨텍에 총 23억500만 달러(약 3조 2000억 원)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 상업화 후에는 연간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기술료도 별도로 받게 된다.
JW중외제약도 AI를 활용한 신약물질 발굴에 힘쓰고 있다.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인 JW0061은 JW중외제약의 AI 기반 연구개발(R&D) 플랫폼 주얼리를 통해 발굴됐다. 표적항암제 JW2286은 또 다른 AI 플랫폼인 클로버를 통해서 도출됐다. JW중외제약은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발굴한 물질이 임상시험에 돌입하면서 상용화 단계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보물질 최적화 단계에서도 AI가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한국비엔씨와 프로앱텍은 AI 기술을 접목해 1회 투여로 2~3주 이상 약효가 유지되는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양사는 AI 시뮬레이션으로 비만 치료와 관련된 GLP-1과 GIP, GCG 등 3가지 반응 부위에 최적화된 서열을 찾아냈다.
제약 현장에서는 AI가 연구개발의 속도와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제약회사 개발팀 관계자는 “AI로 물질 구조를 먼저 설계한 후 표적 단백질과 약물 성분이 잘 결합하는지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면서 “수백 가지 성분을 일일이 직접 실험하기 전에 AI로 성공 확률이 높은 후보군만 걸러낸 뒤 진짜 시험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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