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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가격이 부담돼 가능하면 신선식품을 사서 요리한다.(30대 여성)” “음식 가격이 너무 올라서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더 많이 먹는다.(50대 남성)” “매일 하루 한끼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70대 여성)”
식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식품은 특성상 소비를 줄이려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을 소비해야 하므로 식품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잦아드는 과정에서 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저가 상품이 더욱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lation) 현상이 관측된다. 칩플레이션이란 저렴한 상품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환율 약세로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이 두드러져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신선식품·외식비 동반 상승 울상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연간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5.1%와 2023년 3.6%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4년 2.3%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2022년 6.0%와 2023년 3.9%에서 2024년 2.7%로 줄었다.
그러나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2022년 5.4%에서 2023년 6.8%로 올랐고 2024년에는 9.8%를 기록하며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상 기후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2024년 소비자물가 역시 전년 대비 6.6% 올라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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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격은 서민 경제에 매우 체감이 큰 요소로 꼽힌다. 다른 품목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식품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식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식 물가 또한 물가상승률 대비 상승세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외식 물가가 전년 대비 3.1%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떡볶이 가격이 5.8% 올랐고 햄버거와 김밥도 각각 5.4%와 5.3% 올랐으며 가성비 식사로 주목받았던 도시락(5.9%)과 구내식당(4.2%) 또한 가격이 올랐다.
한편 2023년 상용근로자 임금은 2.8% 올랐으며 2024년 상반기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 총액은 2.2%에 그쳐 식품 가격 상승세를 임금 인상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한 직장인은 “예전에는 요리하기 귀찮아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다가 가격이 부담돼서 재료를 사려고 했더니 식재료 가격도 예전보다 너무 올랐다”며 “어떻게 해도 식비 상승을 피할 수가 없어서 다른 쪽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 50대 주부는 “뉴스에서는 물가가 오른다고도 하고 잡아들었다고도 하는데 정작 밥상머리 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한동안 높았다고 느껴진다”며 “이미 가격이 다 올라 있는데 여기서 조금 덜 오른다고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해부터 식품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며 식품 가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상은 16일부터 청정원 마요네즈와 후추 및 드레싱 가격을 평균 19.1% 올리기로 결정했다. 오리온와 동서식품 또한 2024년 말 식품 가격을 올리는 등 연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식품업계 경기동향조사 4분기 동향 및 2025년 1분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업계 현황 지수는 2024년 3분기 106.0%에서 2024년 4분기 86.2%로 크게 꺾였다.
2024년 전반이 윤석열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에 따라 식품 업체들이 가격 상승에 눈치를 봤지만 식품 업계 전망이 안 좋아지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다. 식품 업계 입장에서도 상생을 위해 가격을 동결하기에는 사정이 좋지 않다.
칩플레이션 원인은 수입 식자재
계속되는 식품 가격 인상은 지갑 사정이 좋지 못한 서민들에게 더욱 타격이 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분류의 상품이 오르더라도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의 가격보다 많이 오르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편의점이나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라면과 소시지 등 가공식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저가 상품의 가격은 16.4% 상승했으나 고가 상품의 가격은 5.6%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칩플레이션 현상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 병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 공급 물가가 국내 출하 원재료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을 꼽았다. 저가 상품의 경우 보통 마진이 적기 때문에 비용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저가 상품의 판매 가격에 상당 부분 전가되면서 수입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가 상품의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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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저가 상품 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칩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고인플레이션 시기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저가 상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요 측면에서도 칩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추정 결과 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의 하위 20% 저소득층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은 13.0%로 상위 20% 고소득층(11.7%)보다 1.3%p 높았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또한 2023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가 1.4%p 상승하며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올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엥겔지수는 생활비에서 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생활 수준이 빈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과 2021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2% 올라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 등보다 약 3배 높았다.
당시 한경연은 주요 농산물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 안보 수준이 낮은 것이 급격한 엥겔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OECD 최하위 수준이며 곡물 자급률의 경우 2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식량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식품 가격 상승 여파를 정면으로 얻어맞는 구조다.
고환율 변수… 식품가격 억제 어렵다
식품 원료 가격 상승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가 상품의 가격 인상 또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며 수입 가격 자체가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개발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금융 당국이 원달러 환율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경제팀이 점진적인 관세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달러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원달러 환율이 상승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바탕으로 국제 식품 원료 가격을 살펴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2024년 10월부터 4달 연속으로 상승했으며 닭고기 가격은 2024년 7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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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가격은 2024년 5월부터 계속 상승해 왔으며 치즈 가격 또한 2024년 5월부터 상승 중이다. 커피·코코아·팜유 등은 이전부터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부각돼 왔으며 가격이 하락해 왔던 옥수수 역시 2025년 1월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전체적으로 식품 수입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기후 온난화로 기상이변 현상이 잦아지면서 농산물 생산량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기후플레이션’ 현상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품목이라도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서민 경제 악화 등의 조건이 코로나19 시기와 일치하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칩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식품 가격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지만 불경기와 환율 변동의 경우 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경제와 재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한이 크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산물 가격은 원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비축해 두거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R&D 등을 통해 원재료를 천연 재료에서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기업에만 맡기면 시장 논리로 또 가격이 오를 테니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이마저도 힘든 상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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