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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원 ‘올가 콜로보바’', '2022년 8월26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탐사 연구소인 벨링캣, 이...'))
2022년 8월26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탐사 연구소인 벨링캣·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독일 주간지 슈피겔·러시아 탐사매체 디 인사이더가 공동으로 ‘마리아’라 불리는 미모의 이탈리아 여성 보석상에 대해 10개월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성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소재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군사령부과 미 해군 6함대를 무대로 10년 동안 간첩 활동을 해 온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소속인 올가 콜로보바(Olga Kolobova·1982년생)였다.
러시아 GRU는 해외에서 비밀리에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를 양성하는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들은 장기간 교육훈련을 마친 후 위장 신분으로 해외에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암약하게 된다. 이들은 현지에서 합법적 신분과 직업을 가지고 결혼도 하여 아이들을 키우고 주변인과의 인간관계를 맺으며 정상적인 활동을 연출한다. 따라서 이들을 추적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이탈리아 보석상 마리아로 위장한 콜로보바도 이렇게 양성된 스파이였다. 2005년 8월 콜로보바는 페루 리마에서 실제 살고 있는 ‘마리아 아델라 쿠펠트 리베라’(Maria Adela Kuhfeldt Rivera·1978년생)의 출생증명서를 도용해 시민권을 발급받았다. 당시 페루 여권을 발급받으려 했지만 그녀의 세례증명서가 조작됐다는 것이 발각되어 여권 발급이 거부되었다. 2006년에는 같은 신원 사항으로 러시아에서 여권을 받았다. 그녀의 위장 신원은 모스크바 주립대학을 다녔고 2010년까지 모스크바에서 거주한 전문직 여성이었다.
2006년 초부터 ‘마리아’(당시 위장여권 나이 28세·실제는 24세)라는 위장명으로 유럽·동남아시아·중동을 여행했으며 이탈리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0년에는 몰타와 로마로 이사하여 코스모폴리탄 매거진의 전 편집자였던 마르셀 스미스와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독일인 아버지와 페루인 어머니 사이에서 페루에서 태어났으며, 부모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자신을 지인의 집에 맡겼고, 그 집에서 학대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 나라인 독일 여권을 갖기 위해 서유럽으로 이주하게 된 것이라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는 GRU가 위장한 그녀의 출생 경력이다.
2011년 프랑스에서 보석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생 비자를 취득하고 보석 상표인 ‘Serein’을 등록했다. 이는 나토 합동군 사령부 등 이탈리아 고급 사교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였다. 1년 후 그녀는 이탈리아 태생의 남자(러시아계 에콰도르인)와 결혼해 이탈리아 여권을 발급받았다. 남편은 결혼 1년 만에 모스크바에서 30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이는 정상적 결혼이 아니라 이탈리아 여권을 발급받기 위한 술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나토 연합군 합동군 사령부 본부인 이탈리아 나폴리에 정착하여 보석점과 사교클럽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수십 명의 나토 및 미국 군 관계자와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토 연례 무도회·다양한 기금 모금 만찬·미국 해병대 연례 무도회 등 나토나 미군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또 많은 나토 간부들의 개인 거주지를 수없이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녀는 나폴리 사회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보석과 사치품 부티크를 열었고 나중에는 지역 상류층이 자주 찾는 트렌디한 클럽으로 나토 사령부 구성원도 참석하는 자선 단체의 비서까지 되었다.
콜로보바는 나토에 고용된 친구 및 연인 네트워크 외에도 유럽·동남아시아·중동 지역에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중에는 바레인의 전 총리인 칼리파 빈 살만 알 칼리파 왕자도 있다. 그녀는 이들을 통해 GRU가 원하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기밀이나 정보를 빼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정체가 서방세계 정보기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민간 추적망의 공동 조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콜로보바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계기는 GRU가 2018년 3월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영국에 거주 중인 러시아의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사건을 추적하면서이다. 그녀가 이탈리아 입국 때 사용한 러시아 여권이 총 3개였는데, 모두 여권번호가 끝자리 3개만 달랐을 뿐 러시아군 GRU 요원들의 것과 비슷했다. 또한 민간 추적팀은 몇 년간 공개된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녀의 숨겨진 정체를 밝힐 수 있었다. 그녀는 1982년생으로 실명은 올가 콜로보바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앙골라·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첩보활동으로 많은 훈장을 받은 러시아군 대령 출신이었다.
2018년 9월14일 ‘벨링캣’이 독살 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바로 그다음 날 마리아는 나폴리를 떠나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모스크바로 돌아온 직후에 페이스북에 자신이 암을 앓고 있으며 항암 화학 요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자신의 스파이 활동을 위장하려는 술책이다. 민간 추적팀은 그녀가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연방요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 2채와 아우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의 정보기관이나 나토의 보안기관은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스파이 활동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어 그저 쉬쉬할 뿐이었다. 러시아 GRU의 활동 반경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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