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칼럼] 현대제철·포스코 노사 분규 해법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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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3 00:02:40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발 저가 철강재 유입과 건설업 불황의 영향으로 올해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생존 전략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제철 노동노합(노조)이 연초부터 역대급 성과금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회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의 늪에서 언제 헤어나올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임에도 현대제철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부분 파업으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장기적인 건설 불황으로 철강재 매출이 줄어들고 그나마 건설 현장이 생겨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어지는 실적 한파를 이겨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대제철 노조 파업은 그저 자신들의 잇속만을 채우기 위해 생떼를 쓰고 있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실적이 좋았던 2023년을 기준으로 삼아 사측에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악화된 철강 시황과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의 예정으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제철이 발표한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3144억 원과 12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0%와 72.2% 급감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철근 감산을 위해 인천 2철근 공장과 포항 철근 공장 등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포항 2공장 폐쇄를 추진했다가 노사 협의에서 무산돼 축소 운영하기로 하는 등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현대제철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달 21일 인천·포항·순천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시키는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제철 발표에 따르면 인천·포항 공장이 1월22일 오전 7시까지 가동이 중단됐으며, 순천 공장은 23일까지 총 16시간 가동을 멈췄다. 또 당진 공장 냉연 생산라인도 24시간 동안 생산이 중단됐다.

현대제철 노조가 내세운 기본급 인상 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제철 노조가 과거 현대차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았던 때를 이야기하며 현대‧기아차와 동일한 수준의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철강업계의 상황과 회사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구인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의 행위는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 노조와 비교된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말 사측과 임금 교섭을 마무리하며 창사 이래의 무분규 전통을 이어 나갔다. 더욱이 포스코 노사는 함께 조성한 노사상생기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도 보였다.

포스코 노조 또한 처음부터 임단협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 원 조성 △학자금 지원 상향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 원 신설 등을 제시하며 교섭을 진행했다.

포스코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 인상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초 포항·광양제철소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고 상경 투쟁 계획을 밝히며 창사 56년 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포스코 노조는 파업을 실행하지 않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사측과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사회적 책임 활동·신뢰와 존중의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윌17일 노사가 전격 합의했다. 포스코 노조의 이 같은 행동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파업을 진행한 현대제철 노조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현대제철 노조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노조에 대해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못하는 현대제철의 책임도 크다.

현대제철의 올해 영업이익은 3000억 원대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사실상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노조 측의 요구를 전부 묵살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제철과 현대제철 노조,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의 노조 협상 과정을 비교해 보면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현대제철은 노사 간 상생이라는 관점 아래 서로가 상황을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노사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박용준 편집국장 py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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