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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가 경영난에 직면한 ‘브리티시 스틸’ 긴급 운영통제권을 정부에 부여했다. 자국 내 마지막 고로(高爐) 제철소 구제에 나선 것이다. 5년 전 중국 기업에 넘어갔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해 폐쇄가 결정된 상태였다. 영국 의회는 12일(현지시간) 브리티시스틸 모기업 징예그룹에 브리티시스틸 가동 지속을 명령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이 전했다.
해당 법안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경우 산업통상 장관이 사용 중단 내지 중단 위기에 놓인 철강 자산 통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다. 장관은 제철에 필요한 원자재 주문, 근로자 급여 지급 등을 지시할 수 있으며 위반한 자를 최고 2년 징역형에 처하게 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이 이날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해 찰스3세 승인을 거쳐 자정을 기해 발효된다. 부활절 휴가 기간이었으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전날 임시 의회를 소집했다. 휴회 기간 중, 심지어 토요일에 임시 의회를 개최한 것은 1982년 4월3일 아르헨티나의 영국령 포클랜드제도 침공 때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이 짚었다.
150년 역사의 브리티시스틸은 19세기 제철 강국 대영제국기의 영화를 상징한다.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 국유화·민영화를 오가다 2020년 중국 징예그룹에 넘어갔으며 이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엔 철강 시장 침체와 관세 부과, 환경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6월까지 영국 북부 스컨소프 공장의 마지막 용광로 2기와 제철 부문을 폐쇄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시장 영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철강 25% 관세 부과까지 겹쳐 한층 암울해진 전망 때문이다.
징예그룹이 영국 정부와 전기로(爐) 전환 등 구제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브리시티스틸로 하루 70만 파운드(약 13억 원)씩 적자가 난다는 게 징예그룹 측 주장이다. 그러나 영국으로선 브리티시스틸 고로 폐쇄시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재활용 원료 사용 아닌 자체적 강철 생산이 불가능한 나라가 된다는 위기 의식이 극심하다. 대량 실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끼칠 파장 또한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 사회와 노조를 중심으로 브리티시스틸 국유화 목소리가 나온다.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철강이란 산업 저력이자 안보·글로벌 강국 정체성의 근간”이라며 “오늘의 입법이 영국 제철능력 유지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안에 의해)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게 아니지만 국유화 아이디어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짚었다. 사실상 국유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비상 법안 통과를 전면 국유화의 전조로 지적했다.
BBC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정부 개입 외엔 다른 선택 여지가 없다는 결론이 전날 내려졌으며 국유화는 점점 불가피한 다음 조치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징예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법안 통과 전인 이날 오전 브리티시스틸 공장에 진입하려다가 직원들로부터 저지당한 가운데 민심 수습도 다급하다. 스타머 총리는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이후 잉글랜드 북동부 스컨소프 공장 인근에서 브리티시스틸 노동자들을 만나 “여러분이 브리티시스틸의 중추였으며 우리 모두 이를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67년 여러 사업체가 통합돼 브리티시스틸로 거듭나면서 국유화된 바 있다. 1988년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된 이래 합병·분할매각·재합병 등으로 이름과 주인이 거듭 바뀌다 2020년 중국 징예그룹에 넘어갔다. 브리티시스틸의 고로는 영국 내 고철 재활용 아닌 1차 생산 마지막 용광로다. 작년 10월 영국 최대 제철소인 타타스틸의 웨일스 포트 탤벗 제철소 역시 용광로 가동을 중단하고 전기로 전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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