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세무테크] 유산취득세와 상속세의 차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이재명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15 00:02:50

최근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현행 상속세와의 차이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한국에서 시행되다 폐지된 유산취득세와 현재의 상속세는 상속 재산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구조와 철학은 뚜렷이 다르다.

특히 유산취득세가 부활하면 납세자의 세 부담과 행정적 책임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두 제도의 차이점을 짚어 보고 제도 변화가 납세자에게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의 가액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한 상속인이 10억 원, 다른 상속인이 5억 원을 받았다면 각자의 취득액에 맞춰 세금을 따로 계산했다. 이 방식은 직관적이었다. 더 많이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는 개별 공평성을 강조했다. 상속 재산 전체를 묶지 않고 각 상속인의 몫을 독립적으로 평가했기에 재산 분배가 불균등한 경우 세 부담이 명확했다. 일본·프랑스·독일 등 상속세 제도가 있는 결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다수가 유산취득세를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법에 따라 유산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상속 재산 전체의 총액에 세금을 부과한 뒤 상속인들이 지분 비율대로 세금을 나눠서 낸다. 가령 20억 원의 재산이라면 전체 가액에 누진세율(10~50%)을 적용해 총 세액을 구하고 상속인들이 비율대로 분담한다. 예를 들어 20억 원에 30% 세율이 적용되면 6억 원의 세금이 나오고 유산을 5:5로 나눴다면 각자 3억 원을 낸다. 단, 배우자 공제(최소 5억 원·최대 30억 원)·자녀 공제(1인당 5000만 원)·기초 공제(2억 원) 등이 세 부담을 조정한다.

두 제도의 핵심 차이는 과세 대상이다. 유산취득세는 개별 상속인의 취득액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상속세는 재산 전체를 먼저 평가한다. 이로 인해 세 부담 분배도 달라진다. 유산취득세의 경우엔 적게 받은 상속인의 세금이 적지만 상속세는 총 재산 규모가 크면 적게 받은 상속인도 높은 세율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50억 원 재산을 9:1로 나눴을 때 유산취득세라면 10% 몫을 받은 사람에 대해선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상속세는 전체 50억 원에 50% 세율이 적용된 세금을 비율대로 나눠서 내는 것이다.

세율과 공제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유산취득세는 단순한 세율 체계를 가졌고, 최고 세율이 상속세(50%)보다 낮다. 상속세는 고액 재산에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 재산 집중을 억제한다. 공제 항목은 상속세가 더 다양하지만, 고액 상속 시 공제 한도를 초과하면 세 부담이 급증한다. 행정적으로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 개별 신고 방식이라 절차가 분산된다. 상속세는 전체 재산을 한 번에 신고하고, 대표 상속인이 세금을 납부한 뒤 정산하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가 부활하면 납세자의 입장은 어떻게 바뀔까.

먼저, 세 부담의 공평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 상속세는 총 재산 규모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적게 받은 상속인도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세금을 부담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의 취득액에 세금을 매기므로 적게 받은 상속인의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50억 원 재산을 8:2로 나눴을 때 현 제도에서는 20% 몫(10억 원)을 받은 상속인도 전체 재산의 높은 세율(예: 50%) 영향을 받아 약 2억 원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를 적용하게 되면 10억 원에 낮은 세율(가정: 20%)이 적용돼 약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이는 소액 상속인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이 개별적으로 신고해야 하므로 행정 부담이 커진다. 현 상속세는 대표 상속인이 총액을 신고해 절차가 간소하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마다 재산 평가와 신고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이는 특히 상속인 수가 많거나 재산 분할이 복잡한 경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는 대신 상속세 세율이 기존보다 높아진다면 고액 상속인의 세 부담이 현 상속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