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핵협상 美·이란 모두 “긍정적”… 중동 정세 해빙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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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외무장관, 양측 오가며 메시지 전달… 짧은 대면 만남도
경제제재 완화·핵프로그램 자제 등 논의… 19일 재회 예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3 16:38:24

▲ 12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미국과 협상을 끝내고 나온 압바스 아락치(왼쪽에서 두 번째) 외무장관이 자국 대표단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고위급이 12일(현지시간) 제3국에서 접촉하며 8년 만의 핵 협상을 재개했다. 이로써 가자전쟁 등과 맞물려 긴장 최고조였던 중동 정세에 새로운 전망을 논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이날 중재국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해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후 2017년 9월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간 대화 이후 처음 고위급 대화가 성사된 셈이다. 이날 미국과 이란 대표는 각각 별도 공간에 머무르면서 오만 당국자들이 양측을 오가며 의사를 전달하는 간접대화 형식으로 회담이 진행됐다. 직접대면을 거부한 이란 측 입장에 따른 과거부터의 관행적 방식이다.

그런데 이날 회담은 말미에 위트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이 “몇분 동안” 직접 대면하는 것으로 마무리돼 주목된다. 이날 이란에선 핵프로그램 자제하는 대가로 경제제재 완화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대체로 2015년 오바마 행정부때 타결됐던 핵합의에 기반한 수준의 요구라고 이들 소식통이 설명했다.

양측은 이날 첫 만남을 긍정 평가하며 19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회담 이후 NBC방송에 이란과 “매우 긍정적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으며 미국 백악관 또한 성명에서 위트코프 특사 발언과 동일한 표현에 더해 “상호 이익이 될 결과를 이루기 위한 진전된 한 걸음이었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는 “(일이) 잘될 것 같다”면서도 “실제 성사될 때까진 중요하게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난 그 이야기 별로 안 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이란 역시 일단 우호적 반응이다. 아락치 장관은 “(회담이) 생산적이고 차분한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단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길 원한다. 우린 (회담을 위한) 회담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담을 중재한 오만의 바르드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양국에 공동의 목표가 있다. 바로 공정한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이라며 “서로의 관점을 좁히고 궁극적으로 지역 및 세계 평화·안보·안정 달성에 도움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돼 양측에 감사한다. 목표 도달을 위해 계속 협력하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락치 장관은 회담 말미에 양측이 몇분간 직접 대화를 나눈 것과 관련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들었다. “우린 항상 미국 외교관들과 외교적 예절을 지킨다. 그런 수준의 인사를 나눈 것뿐” “외교적 관례”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상황에 비해 획기적인 변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이란 처지가 다급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양측이 이날 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짧게나마 직접 대면하면서 핵협상 진전 조짐에 기대어린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2023년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 간 미사일 공격,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축출 등으로 고조돼 온 중동의 긴장 완화에 꼭 필요하기 때문으로 로이터는 진단했다.

여전히 미국과 이란 양측의 핵 프로그램 입장 차가 커서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만약 이번 회담이 실패한다면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하고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의 버티기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트럼프는 협상 결렬 시 이란의 핵프로그램 타격 공습을 하겠다고 몇 차례 언급했다. 한편 이란은 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튀르키예·바레인 등 주변국에 “미군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거나 영공·영토를 미군에 허용하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으나 이에 어울릴 실행력을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기대 섞인 반응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측 국제기구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과 미국 양측에서 나온 발언을 짚으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란과 적대적 관계로 가자지구 전쟁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 온 이스라엘에선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제한을 가하며 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의 2015년 JCPOA 체결로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으나 트럼프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독소조항들 때문이었다. 이에 이란은 2019년부터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해 2021년부터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이며 비축량도 늘려 교착 상태에 빠져 지금까지 왔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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