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º
습도 80%
)
국내 제약 산업이 병원을 거점으로 한 신약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대형 제약사는 물론 삼성·HD현대 등 대기업도 병원과 손잡고 연구개발(R&D)을 위해 병원 데이터 중심 투자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첩된 약가 인하 정책이 신약 개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HD현대그룹은 병원 임상 데이터와 연구 시스템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 내 ‘혁신신약개발센터’를 중심으로 항암제 개발과 유전체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 등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을 그룹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선임하며 신약 개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HD현대는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자회사 ‘AMC사이언스’를 출범시켜 바이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AMC사이언스는 HD현대의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말 설립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조직인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세포치료제 등을 기술이전 방식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손잡고 AI 기반 신약 개발 협력에 나섰다. 고대안암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대웅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접목시켜 후보 물질 발굴부터 검증까지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병원이 보유한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협력은 기존의 제약 중심 R&D 구조를 ‘병원-기업 융합 생태계’로 전환시키는 중이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형 신약 개발 모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중복된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지금은 신약 탄생의 골든타임인데 정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다양한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그 수단이 지나치게 많고 서로 중첩되며 기업 활동에 예측 불가능성을 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작동 중인 제도만 다섯 가지다. △제네릭 등재 시 약가 차등 적용 △실거래가 반영한 2년 주기 약가 조정 △사용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가격을 낮추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연 1회) △급여적정성 재평가(연 1회)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 약가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도는 약가를 끊임없이 낮추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쯤 되면 약가는 인하가 목적이 아니라 규제가 목적이 된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종혁 중앙약대 교수는 “너무 많은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도에 대한 예측성과 수용성이 낮다”며 “최근엔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논의가 더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국내 약사 사후관리 제도에 대해 꼬집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등재된 212개 신약을 대상으로 2024년 9월까지 약가인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본 결과 총 212개 신약이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약가가 중복 인하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실거래가 상환제에 의한 약가인하가 97개(6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량-약가협상 73개(45.6%) 급여범위 호가대 50개(31.3%) 제네릭 등재에 의한 인하 30개(18.8%) 등의 순이었다. 기타 사유에 의한 인하는 58건(36.3%)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 장기 투자와 고위험 구조를 감수해야 하는데 약가가 지속적으로 인하된다면 기업 입장에서 개발 인센티브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제네릭이 기여한 점을 언급하며 “기능적 역할을 하는 제도는 유지하되 중복 규제는 완화해 산업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