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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로도 활동했던 임종권 한국국제학연구원 원장이 신간 ‘인명진, 시간의 기억’(인문서원)에서 장로교 원로 목사인 인명진(80)을 축으로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
인 목사는 젊은 시절 민중신학에 심취했고 유신 정권 시절에는 노동·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하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내고 이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변절자라고 비난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 목사는 1945년 6월 광복을 2개월 남짓 남기고 충남 당진군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격동의 시대가 아닌 적이 없지만 그의 시대는 유난히 격랑의 물결이 요동치던 시절이었다.
책에 따르면 인명진은 고교 시절 함석헌(1901∼1989) 선생을 만나 무교회주의에 심취했다고 한다.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민중을 위해 예수와 같은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이때 품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일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민중신학의 본거지인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에 입학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책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두 갈래로 나뉜 한국 개신교의 흐름에 주목한다. 보수 교단은 개인의 구원을 강조하며 교회 성장 및 교세 확장에 주력한 반면 진보 교단은 신학적 뒷받침 아래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했다.
당시 진보 교계는 개인보다 사회 구원을, 교회 성장보다 교회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며 이른바 에큐메니컬 사회참여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급격한 도시화 배경으로 대형 교회가 출현하던 시기였다. 책은 그들이 교세 확장을 위해 정경 유착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면서 종교의 본분에서 멀어진 일부 교단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인명진은 원래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 속에서 성장했으나 대전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는 동안 새로운 흐름을 접하며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진보적 기독교인의 근거지인 한국신학대를 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책은 전한다.
그는 장신대 신학대학원 2학년 때 벌어진 전태일(1948∼1970) 분신 사건 등을 계기로 노동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신학대학 졸업 후에는 ‘무궁화 비누공장’ ‘독립문 메리야스’ 공장 등에서 1년가량 일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1973년 당시 노동자의 피난처로 불리던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실무자로 부임했다.
책은 인명진이 공장 내 여성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조를 조직한 것을 비롯해 1960∼1970년대 한국 노동 운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체 중 하나인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활동을 조명한다.
그러나 사회 운동에 몰입했던 인명진 목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에 영입된다. 그가 앞서 걸어왔던 노선과는 다른 보수우파 측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책은 “건전한 보수와 착한 진보가 부재하여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인 목사는 그로부터 9년 후인 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절벽 끝에 오른 한국 보수우파의 살길”을 열어주게 된다.
책은 개인의 선택이 사회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 주목하며 원로 목사가 걸어온 길을 통해 시대의 모순과 어떻게 직면할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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