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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다’ 펴낸 송승환… “시각장애 불편하지만 좋은 점도” [인싸의 세계]

8살 아역배우로 출발, 60년 연기 인생 정리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2 11:30:59

배우 송승환이 데뷔 60년을 맞아 ‘나는 배우다, 송승환’를 펴냈다.

송승환(68)을 하나의 캐릭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8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래 수많은 안방극장에 출연했던 탤런트였으며 인기 쇼 프로그램의 MC였다. 또 ‘유리동물원’ ‘에쿠우스’ ‘아마데우스’ 같은 화제의 연극에 출연했던 베테랑 연극배우였다.

또 비교적 최근에는 ‘난타’라는 세계적 퍼포먼스의 기획자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멋들어지게 연출한 세계적 감독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세대에 따라, 매체에 따라, 문화적 체험에 따라 다양하게 기억되는 송승환이 데뷔 60주년을 맞아 그림에세이를 펴냈다.

책에는 빛나고 화려했던 순간뿐 아니라 그 순간들 사이에 존재했던 혼돈의 시간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나던 날도, ‘난타’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평창 밤하늘이 드론으로 빛나던 꿈같은 순간들도, 갑작스러운 시각장애를 딛고 다시 무대에 오르던 날의 감동도 모두 절제된 문장으로 짧고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가 연예계에 발을 디딘 건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어린이 동화 구연대회에서 1등을 한 덕이다. 1등 수상자로 KBS 라디오에 나갔다가 PD의 눈에 띄어 1965년 ‘은방울과 차돌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고, ‘똘똘이의 모험’ ‘얄개전’ 등 어린이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11살에는 이범선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학마을 사람들’을 통해 아역 최초로 동아연극상 특별상도 받았다. 이후 아씨(1971), 여로(1972) 등 인기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대학교 2학년 때는 뮤지컬 ‘환타스틱스’를 연출해 성공을 거뒀으며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합시다’에 출연해 탤런트의 길을 걷다가 1982년 연극 ‘에쿠우스’로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다.

1985년 돌연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3년 반 뒤 귀국해 극단 ‘환 퍼포먼스’를 세웠다. 1997년에는 비언어극 ‘난타’로 ‘대박’을 터뜨렸다. 요리사 네 명이 아무 대사도 없이 신명나게 도마를 두들기는 것만으로 국내 흥행을 거두었으며 해외로도 진출했다.

성공 가도를 이어가던 그였지만 시련도 있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휴대전화 글씨가 안 보였다. 그도 처음에는 안경이 잘못된 건가 싶었는데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나중에는 실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8년의 일이다.

4급 시각장애인이 됐지만 연기는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드라마 ‘봄밤’에, 2020년 연극 ‘더 드레서’에, 지난해에는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했다.

그는 시야가 흐릿해져 불편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대본을 못 보니 일단 귀로 들어가며 전부 외우게 됐어요. 무대 위에서 집중력도 좋아져요. 상대방의 대사를 더 집중해서 듣다 보니 제 리액션도 좋아졌죠. 상대방 표정은 연습 때 찍어두고, 나중에 보면서 다시 연습하곤 했어요. TV가 아무리 커도 영화를 못 보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젠 패드에 자막을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을 활용해서 영화도 많이 보고 있어요. 인생에서 뭐 하나 나빠지면, 또 하나 좋아지는 게 있구나 싶습니다.”

사연이 많은 만큼 글도 빽빽할 것 같지만 책은 생각보다 헐렁하고 여유롭다. 짧은 글 사이 긴 시간을 채우는 건 그림이다.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나소연이 장 자끄 상페를 연상시키는 따뜻하고 개성 있는 드로잉으로 송승환의 지난 시간을 시각화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60년, 곧 칠순이 되는 그는 지금이야말로 지난 시간을 돌아볼 적기라며 좋은 배역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만들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제작하며 살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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