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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원 규모·종류·시한 관련한 구체적 언급이 없으며 주요 관련국들마저 사전 브리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14일 백악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과의 회담 때 패트리엇 등 미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되 나토 회원국들의 ‘100% 부담’을 분명히 하면서 “최대 17기(基)의 패트리엇 제공”을 언급했다. 이에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에 따르면 독일·핀란드·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영국 등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무기 지원을 끊겠다던 트럼프의 태세 전환에 우크라이나가 반색했지만 큰 틀의 구상을 제시한 수준이라 기뻐하긴 이르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심지어 ‘유럽 달래기’ ‘러시아 겁주기’를 동시 달성하면서 정작 실행 자체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강력 반발을 명분 삼기 쉽다.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으리라 보긴 어렵다. 북유럽의 한 주미 대사는 로이터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짚었다. 세부 논의가 빠진 계획의 무의미함, 즉 무기 지원의 비관적 전망을 지적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유럽 당국자 10명을 인용해 지원의 내용과 효과는 누가 어떤 장비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향후 협상에 달렸다고 15일 보도했다. 뤼터 총장이 나토 6개 회원국을 거론했으나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마지수다. 이들 6개국 중 2개국의 주미 대사관 고위 소식통들 모두 이 소식을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다고 한다. “아무도 세부 내용을 미리 전달 받지 못한 게 확실하다” 내지 “트럼프정부 안에서조차 이제야 대통령 발언의 실질적 의미를 정리하기 시작한 모습”이라는 게 이들의 논평이었다.
패트리엇 1기란 발사대·레이더·지휘통제소·요격미사일 등을 아우르며 1기당 가격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넘는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 부국장인 바딤 스키비츠키 또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포대(풀세트)를 말한 것이라면 17은 엄청난 숫자”라고 놀라워 했다. 독일이 패트리엇 시스템 2기, 네덜란드가 1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 가운데 스키비츠키는 “3개 포대 발사대가 18개, 즉 17과 가까운 숫자”라며 “미 국방부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6일(현지 시간) 타스통신 등은 크렘린궁의 당일 브리핑을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모든 관련 보도를 매우 면밀히 추적 중이다. (정의도 대의도 아닌) 모든 게 비즈니스일 뿐이다. 계속된 (무기) 전달을 아무도 중단시키지 않았다”며 전쟁 지속의 책임을 서방에 묻는 듯한 표현을 했다. 또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회원국들끼리 갈등을 겪다가 결국 특정 국가들이 뒤집어 쓸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페스코프는 “프랑스·체코가 돈을 안 내겠다고 했으니 다툼이 일 것” “유럽 국가 국민에겐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무기 판매·구매 시도를 “전쟁을 지속하고자 도발하려는 ‘군국주의적 태도’”로 몰아세웠다. 종전 압박이 공평하게 가해져야 한다며 러·우 차기 협상 성사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러시아 측 ‘핵 교리’ 유효성도 강조했다. 여기선 ‘핵보유국 지원을 받았을 경우 비핵국의 공격도 동등하게 간주해 대응한다’는 대목을 가리킨다.
한편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발언을 두고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 진영이 강력 반발하며 ‘분열 조짐’까지 보인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15일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공약 위반’이라며 반발하는 주요 인사를 목소리를 전했다. 강성 트럼프주의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이 같은 날 NYT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미국우선주의에 등 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 의원은 해외전쟁 개입 중단 공약을 들어 “내 지역구에 약속한 것” “모두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투표한 이유”라며 “(무기 비용이 유럽 국가들 부담이라도) 반드시 우리 세금이 쓰인게 돼 있다. 훈련을 위한 미군 배치 등 간접 비용은 미국 부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려 온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역시 “유럽이 해결하도록 놔두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을 무장시키려 한다. (대서양 너머의) 끝도 없는 구식 전쟁에 끌려들어 간다”며 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측근 한 사람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일이 아니다. 미국 이익과 무관하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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