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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 출범은 전 세계를 향해 한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한 뜬금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헌정사상 초유의 환란 시대(Time of Troubles)가 정확히 6개월 만인 6·3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했던 국민과 세계인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며 새 대통령을 맞았다.
‘내란 주범’들은 엄중 단죄되고 청산되는 게 마땅하다. 그래서 이 같은 도당이 다시는 발호하지 못하도록 역사의 교훈을 삼아야 한다. 다만 이재명정부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있다. 윤석열이라는 1인 지도자의 시대역행적 친위 쿠데타 시도를 ‘야당 말살’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역대 정권의 전임 정권 청산 성공 사례는 김영삼(YS)·김대중(DJ) 대통령의 군부독재 청산과 제2의 건국이다. 실패 사례는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윤석열정부의 야당 대표 불인정이다. YS는 신속하고 정밀하게 청산을 진행했고, DJ는 용서와 통합에 힘썼다. 문재인정부는 정권 청산 수사가 광범위했고 지루하게 지연됐다. 윤석열정부는 요즘 드러나고 있듯이 국정 철학도 청사진도 없이 권력 놀음에 빠져 처참한 나락에 떨어졌다.
절대 권력이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 민주적 규범을 준수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그동안 진영 정치에 함몰되면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핵심 요소로 하는 민주적 규범을 지키지 않아 왔음은 물론이다. 경쟁자의 존재 이유와 그 정통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치를 추구하며, 제도적 권한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조절된 수준에서 사용하는 것이 선진민주적 통합에 이르는 첩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민주당은 이념 정당이 아니며 실용주의 중도 정당임을 표방했고, ‘모두의 대통령’이 돼 진영 정치를 탈피할 것을 시사한 바와 궤를 같이 한다. 취임 선서식에서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재명정부 첫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사령탑에 초강경파로 꼽히는 정청래 대표가 2일 선출되면서 여야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제1 야당 국민의힘을 당장엔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으로 변모한 민주당의 신임 정 대표가 불법 계엄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의힘을 사실상 ‘내란당’으로 규정하고 위헌 정당으로 해산될 수 있는 상황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은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하겠다.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해 온 정 대표는 앞서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무더기 제명 촉구 결의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일단 강경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인 행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민주당이 측면 지원하는 3대 특검의 수사 상황과 맞물려 당내에서 실제로 추진하라는 압박이 높아질 개연성이 작지 않다.
정청래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고정된 시선을 국민 쪽으로 돌리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50%의 국민까지 포용하는 민생 개혁에 힘쓰길 기대한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희망하는 여당 대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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