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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야의 개념이 아니다.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의 첫 일성은 단호했다. 그는 “내란 세력 척결”을 공식 선언하며, 당이 앞장서 헌정 질서를 파괴한 책임자들을 단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61.74%의 득표율로 박찬대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정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곧바로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위한 3대 개혁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TF들은 민주당의 향후 입법 및 정치 전략의 핵심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한 몸’이라 표현하며, 대통령이 민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이 궂은일과 싸움을 도맡겠다고 했다. “공은 대통령께 돌리고 짐은 제가 짊어지겠다”는 발언은 정청래 체제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당의 강경 드라이브 출발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민주당은 현재 12·3 비상계엄 사건, 김건희 여사 비리, 채상병 순직 사건 등 이른바 ‘3대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와 함께 3대 개혁 TF를 병행 구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추석 전까지 개혁 입법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그는, 국민의힘과의 협력 가능성을 일축하며 “사과 없이는 악수 없다”고 선언했다. 여당 대표가 야당을 ‘협치의 상대’가 아닌 ‘헌정 파괴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 대표는 “내란특검 결과에 따라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동조자·방조자들이 드러날 경우,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국민적 명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민주당은 12·3 계엄 해제를 회피한 의원들,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인간띠 시위 등을 헌정 질서 파괴의 증거로 보고 있다.
“사과 없인 악수 없다” 협치 거부… 여야 관계 초강경 국면
정청래표 공천개혁, 지방선거 향한 전열 재정비 신호탄
‘여, 민주주의 수호자’·‘야, 내란 옹호 세력’… 프레임 전쟁 본격화
현실적으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정부 또는 검찰총장만이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청구할 수는 없는 구조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 역시 현 시점에서 교체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발언을 법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압박과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헌재의 정당 해산 요건 역시 엄격하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명백한 위험이 존재할 경우에만 해산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국민의힘이 일부 계엄 관련 정황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헌재가 해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정당 해산이라는 법적 현실보다는 ‘내란 정당’이라는 정치적 낙인을 통한 프레임 전쟁이 정 대표의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한 여권 인사는 “내란 프레임은 개혁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을 헌정 질서 파괴 정당이라는 이미지에 가두는 효과가 있다”며 “특검 수사와 맞물려 민주주의 대 내란 세력 구도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프레임이 강해질수록 야당의 반발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정 대표는 △추석 전 개혁입법 완결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 지원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정 대표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듯한 메시지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정청래 대표의 취임 일성은 야당 말살 선언”이라며 “정치의 망치가 등장했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후보는 “내란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사람이 나”라고 반박하며 “정 대표는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협치 대신 내란 척결을 선택했다. 여당 대표가 야당을 적으로 간주한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을 자처하면서도 사법 집행을 방해하고 헌정을 무너뜨린 세력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내란을 비호하고 민생을 방치한 정당이 사죄 없이 협치를 말하나”라며 “국민은 책임 있는 반성과 고백을 요구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정 대표 체제는 또한 ‘당원 주권 강화’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그는 당헌·당규를 손질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평당원에서 선출하겠다고 밝혔고, 전당원투표 상설화를 추진하며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을 천명했다. 당원의 뜻을 하늘처럼 받들겠다는 구호는 권리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정 대표의 정치 행보와 맞물린다.
특히 공천 시스템의 개혁을 통한 공정성 확보는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도 직결된다. 그는 “억울한 컷오프는 없애겠다”며 “가장 민주적으로 선출된 후보가 가장 강한 후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공정 경선을 전제로 지방선거 승리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척결’이라는 정치적 전선을 명확히 제시하며 민주당의 진로를 고강도로 설정했다. 법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정당 해산 청구보다, 정치 프레임 전쟁을 통해 여론의 향방을 주도하겠다는 그의 전략은 앞으로의 정치 지형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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