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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에선 유독 ‘혼자’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혼자 지내도 아무렇지 않은 법’ ‘혼자라야 행복하다’ ‘60이 넘으면 부부도 각자다’ ‘반드시 손절해야 하는 인간 유형’ 등이다.
요즘 시니어는 베이비붐 세대이다. 집에 있으나 학교에 가나 놀이터에 가나 어디든 북적거렸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7∼80명에 육박했고, 한 집의 형제자매 수가 심하면 10명까지 되었다.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전쟁이 끝나고 부모 세대가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다. 물론 당시 피임이 힘들었던 이유도 있다. 그래서 이런 가족계획 표어도 있었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뭉쳐야 사는 생명체의 보편 원리가 자연스레 마을마다 적용되었다. 동생이 친구한테 맞고 들어오면 양쪽 집 형제들이 결투했다. 수가 많은 집이 유리했다. 한동안 한국 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다단계판매 또한 형제·친척이 많은 사람이 성공하기 쉬웠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유독 시니어들이 사람을 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게 되니 더더욱 사람이 그립고 동창 모임, 아이들 동창 엄마 모임, 동호회 모임, 각종 종교 모임, 문화센터 모임 등등 별별 연줄로 다 엮여서 살아간다. 아는 사람이 많다 보면 사람들 마음이 균질할 수 없다. 특히 나이 먹은 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이 빼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친구가 된다. 한국 사회가 초고속으로 변화한 탓에 언저리 나이만 되어도 공통적으로 할 말이 많다. 동갑내기를 만나면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것처럼 반갑다.
그렇다.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자는 최소 세 사람 모임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세 사람이 함께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씀을 했다. 이 말은 보통 세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내가 본받을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본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달리 해석하면 최소한 두 사람과는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동양에서는 ‘3’이라는 수를 완성된 개념으로 보았다. 이 세상은 삼재(三才)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다. 이는 우주의 한가운데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말한다. 그 인간은 땅과 하늘을 터전 삼아 땀 흘리며 사는 성실한 인간이다.
박물관에 가 보면 옛 유물 중에 다리가 셋 달린 그릇이 많이 눈에 보인다. 다리 3개짜리 솥을 한자로는 ‘정(鼎)’이라고 한다. 이 솥은 손잡이가 2개이고 다리가 3개인 솥이다. 다리가 있으니 음식을 조리하는 도구는 아니다. 솥을 뜻하는 ‘정(鼎)’이라는 글자는 오미(다섯 가지 맛)를 조화롭게 섞는 귀한 제기(祭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단순한 솥이 아니라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쓰는 성스러운 도구이다.
‘설문해자’는 ‘鼎’을 단순한 요리 도구가 아니라 제사와 권위의 상징물로 설명한다. 그래서 후대에는 이 글자가 왕권과 정통성을 나타냈다. 다리가 세 개인 솥에서 이런 말도 나왔다. 모두 의미가 깊다. 정립(鼎立)은 솥의 세 발처럼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뜻하고 정성(鼎盛)은 가득찬 솥처럼 나라·세력·시대가 번성하고 성대함을 말한다. 정력(鼎力)은 이 멋진 솥처럼 큰 힘과 도움을 가리킨다.
이처럼 3이란 숫자는 안정과 번영과 큰 힘과 정당성을 뜻한다. 공자가 왜 ‘세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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