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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딸 김주애를 동행시킨 사실이 3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해외 일정에 자녀를 대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차기 후계자를 공개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이 2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그의 곁에는 주애가 함께 있었다. 사진 속 주애는 김 위원장 바로 뒤에 서 있는 모습으로 포착됐다. 북한 의전 서열상 최선희 외무상 등 고위급 인사보다 앞선 자리에 서 있다는 점에서, 해당 인물이 주애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도 전날 “김 위원장이 방중하면서 딸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배우자 리설주 여사가 세 차례 중국 방문에 동행한 적은 있었으나, 자녀가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따라 이번 행보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주애를 차기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주애의 방중을 후계자 내정의 결정적 단계로 평가한다. 내부 노출에서 해외 노출까지 이뤄진 것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내년 1월 열릴 제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확정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 주애는 2022년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불과 3년 만에 북한 정치무대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군부대 시찰, 민생 현장 방문 등 주요 ‘1호 행사’에 빠짐없이 동행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올해 5월에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리설주를 대신해 참석, 외교무대에 첫 데뷔하기도 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의 권력 승계 역사에서도 중국은 중요한 무대로서,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차기 지도자로 공인됐다.
1983년에는 부친 김일성 주석과 함께 방중해 덩샤오핑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2009년 후계자 내정 이후, 2010년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공식 면담했다는 이야기가 외교가에서 회자됐다. 이번 주애의 방중 역시 이 같은 전례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의 공개 노출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1월1일 신년경축대공연 이후 자취를 감췄다. 6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1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남편과 딸보다 뒤편에 자리한 모습으로 포착됐다. 이는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이 딸 주애에게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지난해 8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에서 조카 주애에게 허리를 숙이며 의전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김여정조차 조카를 최고 존중 의례로 대했다는 사실은, 주애가 북한 내부 서열에서 이미 후계자 대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이번에 김주애를 대동하고 중국에 간 것은 국제사회에 김주애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부소장은 “김정은이 베이징역에서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의 영접을 받을 때 주애가 바로 뒤에 서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주애가 외국에 나가서도 북한의 ‘2인자’에 해당하는 의전을 계속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방중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최선희 외무상·김덕훈 경제비서 등 핵심 참모진이 동행했다. 김성남은 중국과의 ‘당 대 당 외교’를, 최선희는 러시아와의 외교 라인을 담당해온 인물로서, 경제라인을 대표하는 김덕훈의 참여는 북·중 간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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