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실적 버팀목 음료 사업마저 '수술대'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유통·물류·광고

음료 자회사 해태htb 매각 검토
음료 사업 전체 실적 하락세 영향
사업재편 통해 화장품 사업 집중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8 11:08:57

▲ LG생활건강이 자회사 해태htb(옛 해태음료) 매각 등을 포함한 음료 사업 부문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스카이데일리

LG생활건강이 음료 자회사 해태htb 매각을 검토하며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한때 ‘뷰티 황제’로 불리던 LG생활건강이 최근 신생 업체인 에이피알에 시가총액을 추월당하고, 화장품·음료 부문에서 동반 부진을 겪자 본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카콜라음료 매각은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해태htb를 비롯한 음료 부문 효율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해태htb는 2010년 LG생활건강이 아사히맥주 등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해 2016년 사명을 바꾼 기업으로 ‘썬키스트’ ‘코코팜’ ‘갈아만든배’ 등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 원가 부담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태htb의 지난해 매출은 4140억 원, 영업이익은 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74%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를 약 2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 전체 실적도 하락세다. 지난해 음료 부문 매출은 1조8244억 원으로 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9%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화장품 사업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 LG생활건강의 연결 매출은 2021년 8조 원에서 2023년부터 2년 연속 6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32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7.7%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 집중했던 전략이 북미 중심의 K뷰티 인디 브랜드와 뷰티 기기 열풍으로 재편된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뷰티 황제주’였다. 차석용 전 부회장이 18년간 회사를 이끌며 코카콜라음료, 해태htb 인수와 생활용품 부문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결과, 매출은 2004년 1조 원에서 2021년 8조 원으로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25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이정애 대표가 취임한 시점부터 글로벌 K뷰티 시장이 격변하자, 전략 부재와 리더십 공백으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신생 뷰티업체인 에이피알은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피알은 대표 브랜드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포맨트’ 등을 앞세워 온라인 기반 MZ세대 공략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까지 발 빠르게 진출하며 글로벌 K뷰티 열풍에 올라탔다. 그 결과 시가총액은 지난 6월 LG생활건강을 추월했고, 27일 종가 기준 8조1973억 원으로 LG생활건강(4조6698억 원)과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벌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뷰티 신드롬은 인디 브랜드와 뷰티 기기가 주도하고 있는데 LG생활건강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뒤처졌다”며 “음료 사업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재무개선 차원을 넘어, 화장품 경쟁력 강화와 시장 트렌드 대응이라는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