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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를 낀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수는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2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한다.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규제 시행을 하루 앞둔 19일,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을 급히 처분하려는 집주인과 막판 계약을 서두르는 매수자들이 몰리며 ‘전세 절벽’의 조짐이 뚜렷해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성동·마포 등 주요 지역에서는 “20일부터 갭투자 불가”를 내건 광고가 잇따라 등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50%대에 그치고 있는데다 일부 임대인은 시세 상승을 기다리며 공실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줄면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강남권 월세는 지난해보다 평균 100만 원가량 올랐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분당·광명 등 경기 12곳이 ‘규제지역 3종 세트(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인다. 이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최소 2년 실거주해야 하며,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는 기존 70%에서 40%로, 유주택자는 사실상 0%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른바 ‘갭투자 차단’이 핵심이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갭투자가 막히면 임대용 주택 매입이 줄고, 그만큼 전세 매물 공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등에 따르면 올해 초 부터 현재까지 매물은 20~30% 가량 급감한 상황으로, 6·27 대책 이후 전세대출 제한으로 이어진 감소세가 이번 조치로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범여권이 추진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전세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른바 ‘3+3+3 법안’으로, 세입자는 최대 9년간 전세 거주가 가능해진다. 표면적으로는 장기 거주 안정성 확대를 위한 조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장기화될수록 월세 전환 유인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갭투자 제한과 대출 규제로 임대 목적 주택이 줄어든 상태에서 임대차 기간까지 늘어나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임차인 보호 취지가 오히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도입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도입 전 1년간 3.86% 오르던 것이, 시행 후 1년 반 동안 8%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감소와 신규 계약 시 ‘이중가격’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중심 쏠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10년 전엔 마음만 먹으면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채도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서울 원정 투자’를 자극했다. 정부는 이를 ‘투기’로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자산 양극화의 구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의 단기 효과는 과열 완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집값이 실제로 떨어지려면 매도자의 기대심리 변화가 필요하지만, 금리 하락과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완화의 균형 조정이 병행돼야 매물이 풀릴 것이라는 제언이다.
결국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운 정부의 10·15 대책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일부터 시행되는 ‘갭투자 사실상 금지’와 ‘실거주 2년 의무’는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지만, 동시에 전세 공급 축소와 세입자 부담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관련해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는 유튜브 방송에서 “부동산은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실물시장으로 임대인·임차인 간 상호작용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임대인의 수익 인센티브 부재 시 공급이 위축되고, 일부는 아예 월세로 전환하거나 공실로 방치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피해를 본다. 전세대란 아닌 전세폭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9년은 과도하다. 3+3(6년) 정도가 현실적이며, 임대인에게 세제 감면이나 임대보증 지원 등 베네핏(benefit)을 제공해야 시장 저항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 ‘거래 절벽’과 ‘전세 절벽’이 동시에 다가오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무주택자가 집을 팔고 다시 사려 해도 LTV가 40%면 재진입이 어렵다”며 “이는 ‘하우징 모빌리티(housing mobility·주거 이동성)’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락인(lock-in) 효과’를 만든다. 매물이 줄면 시장은 더 경직되고, 결국 가격은 오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요를 누르면 시장이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공급이 따라오지 않으면 불안은 다시 커진다”며 “부동산 정책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 개편이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 들수록 시장은 더 똑똑하게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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