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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달 초 약 2년 만에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며 개선 기조를 보였던 중·일관계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다시 대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7일 중국 교육부가 2025년 제4호 유학 경보를 발표하며 일본에 있거나 일본 유학을 계획 중인 학생들에게 현지 치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일본 유학 계획을 신중히 세울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교육부는 일본 내 중국 유학생들에게도 범죄 예방 의식을 강화하라고 했다. 중국은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에 일본 여행 자제 권고와 함께 일본 유학 자제를 권고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대만의)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 밀접한 관계의 나라가 공격받으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 미군과 중국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적 기지 공격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일본이 군사적 대응 가능한 존립위기 사태라고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질문을 한 야당에서조차 답변에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는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보는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방관하지 않았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9일 소셜 미디어 X에 “대만 유사를 일본 유사라고 보는 것은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일본에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과 강한 항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이 쓰는 표현은 시간이 갈수록 험악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위협을 무릅쓴다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말로 이미 강한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군사·경제적 압박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중국 해경국은 해경 1307함정 편대가 16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순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본이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발언·행동을 할 때마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 해경선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당분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주일 중국대사관도 공식 위챗 계정으로 “중국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영사관은 가까운 시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것을 엄중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방문 자제 권고는 중국이 일본 경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압박으로 평가된다. 올해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3165만500명 중 중국인은 748만7200명으로 가장 많고 올해 7~9월에 쓴 금액이 약 5901억 엔(약 5조500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의 28%다. 중국 국유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항공 3사도 15일 일본행 항공권 취소 및 변경을 무료로 처리한다고 일제히 공지했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이 출발 또는 도착지인 항공편이 대상이며 기간은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의 만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정권에는 중국과 소통할 무게감 있는 인물이 없어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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