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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SK텔레콤에 대해 피해자 1인당 10만원 상당을 보상하라는 집단분쟁조정안을 결정했다. 전체 피해자 약 23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총 보상 규모는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조정위는 21일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처분 내용을 종합하면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비자 개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보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정안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들에게 △통신요금 5만원 할인 △제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티플러스포인트’ 5만 포인트를 지급해야 한다. 포인트는 베이커리·외식·편의점·영화관 등 제휴처에서 1포인트당 1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1인당 10만원 보상에 해당한다.
이번 조정은 지난 5월 SK텔레콤 이용자 58명이 ‘홈 가입자 서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조정위는 세 차례 회의를 거쳐 피해 발생 사실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SK텔레콤이 지난 8월 선제적으로 제공한 ‘고객감사패키지’ 가운데 통신요금 50% 할인분은 보상액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8월에 4만원의 요금 할인을 받은 이용자는 추가로 1만원의 요금 할인과 5만 포인트만 지급받게 된다. 이를 반영하면 SK텔레콤이 실제로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SK텔레콤 영업이익(1조823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SK텔레콤은 조정안에 대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즉각적인 수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조정 결정서가 공식 통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조정안을 수락한 것으로 간주되며, 이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조정위는 SK텔레콤이 이를 수락할 경우,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조정안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텔레콤은 이번 해킹 사고 이후 고객 보상과 정보보호 투자 등에 이미 1조원 이상을 지출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고 수준인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앞서 개인정보위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1인당 30만원 배상안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위약금 면제 직권조정안도 모두 불수용한 바 있다.
조정안이 거부될 경우 피해자들은 개별 민사소송으로 분쟁을 이어가야 한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판결은 엇갈렸다. 2008년 옥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016년 인터파크 사건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0만원 배상을 인정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정은 법적 책임을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며, 피해 회복을 우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정안 수용 여부에 따라 국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보상의 기준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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