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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강대국 위주 무역 정책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KB금융연구소는 ‘KB지식 비타민: 글로벌 통상 질서의 변화 시작, 턴베리 체제’ 리포트에서 미국이 관세와 협상을 수단으로 통상 질서 재편을 시도하는 이른바 ‘턴베리 체제’가 본격화될 경우 나타날 변화에 대해 전망했다.
턴베리 체제는 미국이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자국의 경제·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제시한 새로운 통상 질서다. 올해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합의에서 유래했으며, 8월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턴베리 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턴베리 체제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연구원은 이 체제가 양자주의와 힘의 논리를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선 통상 정책이 경제 안보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대중국 고부가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의 정책을 추진해 온 것과 결이 같다.
양자 합의가 확대되고, 외교적 힘에 기반한 협상으로 그 성격도 변할 수 있다. 이에 합의에서 관세와 규범이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고, 무역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법적 절차보다 외교적 협상력이 중시될 수 있다.
연구원은 턴베리 체제가 현실화되더라도 기존 WTO 중심의 다자주의가 단기간에 급격히 붕괴되기보다는 기능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수의 주요국이 여전히 WTO 체제에서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자국을 제외한 국가 간 다자 협력이 강화되는 움직임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다자주의 체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진입 장벽, 조건부 투자, 보복 조치 등을 활용한 상호주의적 양자 협정이 확산되고, 동맹 중심의 경제 블록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동맹국에는 혜택이, 경쟁국에는 통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적 효율성보다 경제 안보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WTO와는 다른 ‘경제안보형 동맹 협정’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주요국 간 이합집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다층적인 안전판 마련과 ‘조용한 실리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자간 무역협정(CPTPP 등) 참여와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약정(MPIA)과 같은 분쟁 해결 창구를 확보해 통상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 연구원은 외교적으로는 동맹국과 비동맹국 사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조용한 실리 외교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 이슈가 경제적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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