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이순신공항으로 바꾼다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인천공항을 이순신공항으로 바꾼다면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우리도 위인명 공항 필요한 때다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4-12-31 00:47:55

지난 29일 서울시는 김포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김포공항 명칭을 ‘서울공항’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요청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지난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당시 경기도 김포군에서 서울시로 편입된 김포공항의 명칭에 과거의 행정구역이 남아있는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공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서울’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당시에도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당시 국토부는 국내에서 공항 이름을 바꾼 전례가 없고, 명칭 변경 기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까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9년 연속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 지난 2001년 개항한 후 우리나라 대표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고 또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는 동안 김포공항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연간 4000만명에 육박하는 이용객을 자랑했던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국제선을 이관하면서 2002년 이용객은 1700만명대로 급락했다. 또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으로 2005년 김포공항 이용객은 1300만명까지 떨어졌다.

김포공항이 일부 국제선 노선을 취항하고 노후 된 공항을 리모델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이용객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연간이용객은 2000만명을 밑도는 실정이다.

김포공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개명’은 쇠퇴기에 접어든 김포공항에 호재가 될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또 행정구역 상 서울에 위치한 공항의 명칭이 과거 행정구역의 이름인 김포를 쓰고 있다는 점도 분명 개명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왜 우리나라 공항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지명(地名)’을 명칭 앞머리에 붙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의 경우 그 규모에 걸맞게 ‘JFK국제공항’, ‘라가디아 공항’,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 등 3개의 국제공항을 갖고 있다. 이들 중 지명이 사용된 국제공항은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 단 한 곳뿐이다.

지난 1963년 존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뉴욕국제공항’은 그를 기리는 차원에서 그의 이름을 딴 ‘JFK국제공항’으로 개명했다. ‘라가디아 공항’은 뉴욕시민들로부터 높은 존경심을 받았던 판사 ‘피오렐로 라가디아’의 이름에서 그 명칭이 나왔다. 뉴저지 뉴왁에 위치한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의 경우 지명에서 기인했지만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의 ‘자유’를 뜻하는 리버티를 그 명칭에 포함시켜 차별화를 뒀다.

이처럼 시와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의 이름을 공항의 이름으로 채택한 경우는 비단 뉴욕뿐만이 아니다.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워싱턴공항’, 시카고의 ‘오헤어국제공항’,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국제공항’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의 이름을 딴 공항의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유명인의 이름을 공항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해당 국가 혹은 도시는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영국의 리버풀과 미국의 뉴올리언스의 경우 저마다 ‘음악의 도시’를 표방하며 각각 비틀즈의 멤버와 재즈뮤지션의 이름을 따 ‘존 레논 국제공항’과 ‘루이 암스트롱 국제공항’이라 명명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사람의 이름을 딴 공항이 존재하기는 한다. 대한항공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호를 딴 ‘정석비행장’이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교육을 위한 공항이지 일반 승객들이 드나드는 정식 공항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공항=지명’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의 이름을 김포공항의 새로운 이름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진로를 막아 수도 서울을 방어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역사를 기려 인천공항을 이순신공항으로 바꾸면 어떨까. 물론 국민여론을 다양하게 수렴해 위인들의 이름을 적절히 선택하면 된다.

외국인들이 ‘Seoul’을 검색하면 인천공항이 나오고 성남에 공군기지로 사용되는 동명의 ‘서울공항’이 있음에도 김포공항의 새로운 명칭을 단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서울공항’으로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명을 딴 공항이름이 반드시 나쁘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라는 사실이 웬만큼은 알려진 상황에서 굳이 서울을 공항이름 앞에 붙이겠다는 것은 비단 공항뿐만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오로지 서울시만을 위한 행정이다. 더 이상 ‘서울’을 놓고 고심할 것이 아니라 김포공항의 새 이름에 적합하며 서울을 대표할만한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해 고심해야할 시점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