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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116년 영등포 불야성 24시(중-새벽상권)
화려한 네온사인 속 노숙자 넘실 ‘타이머 집창촌’
화려한 네온사인 속 노숙자 넘실 ‘타이머 집창촌’
‘형님’ 호객 속 ‘총각 놀다가’…15분 7만, 20분 10만, 30분 12만 ‘초침 재깍재깍’
정성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11-23 00:05:28

▲ 영등포역 일대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수도서울 천만의 스펙트럼 색깔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상권은 발전했다. 영등포역을 기준으로 오른쪽 편에는 많은 술집과 모텔 등이 있다. 아울러 영등포에는 서울 3대 집창촌이 아직도 영업을 하며 과거의 명맥을 잇고 있는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중]심야 상권 편(00:00~08:00)…서울 서남 최대상권 영등포 24시를 가다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반=최성규·정성문·신정연 기자] 자정을 넘긴 시간에 쌀쌀함이 물씬 묻어나는 스산함으로 초겨울 이슬이 내릴법한 영등포 일대에 기자도 시민들과 함께 발을 섞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5번 출구를 나와 건널목을 지나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이내 ‘총각 놀다가’라며 호객을 하면서 반긴다. ‘총각 놀다가’라는 말은 성매매를 하고 가라는 오래된 뒷골목 말이다. 
 
목적도 의미도 묻지 않는 놀다가라는 말은 도시의 굴곡을 담은 아리랑처럼 생명력이 길었다.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여성들이 많이 떠나간 지금에서도 놀다가라는 말은 끝까지 꿈틀거리며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삶의 한 꽈리를 단단히 틀고 있어 뭉클 다가왔다. 이곳은 서울 3대 집창촌 중 하나인 영등포 집창촌이다.
 
100년 넘는 역사 ‘영등포’…일제의 전략적 유흥지 부상 뒤 개발 붐 타고 변천사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영등포 상권은 서울에서 가장 유흥가가 발달한 지역이다. 영등포는 일제에 의해 전략적으로 탄생된 유흥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경성에는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겨났다.
 
늘어난 카페를 못 마땅히 여긴 일제는 강제로 영업을 금하고, 이를 당시 도심 외곽 지역이었던 영등포로 몰아넣었다. 영등포는 변두리였지만 카페가 생기고 기차역이 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유흥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경제발전에 힘을 기울이던 1960~1970년대 영등포역 인근으로 공장들이 줄을 지어 들어섰다. 이를 계기로 영등포는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등포의 상권력이 커지면서 1980~1990년대 영등포에 위치한 공장들이 자리를 떠났다. 대신 공장 자리에는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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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앞 영중로를 사이에 두고 영등포 밤 문화는 극명하게 갈린다. 영등포역을 기준으로 오른쪽 일대는 ‘노래방식 유흥주점’과 ‘모텔’이 난무했다. 평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유흥주점의 네온사인은 화려했고,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앰프는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20년간 곱창 집을 운영해 온 주인은 “과거 이곳에는 나이트클럽이 많았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나이클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노래방(노래주점)이 대신하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아 영등포상권이 죽었다는 말을 해도 주위에 널린 모텔을 보면 영등포가 아직 죽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노래방 중 상당수는 술과 노래를 같이 즐길 수 있는 ‘노래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노래바와 모텔로 뒤섞인 이곳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내내 볼 수 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호객행위였다.
 
그들 역시 영등포역을 나오자마자 마주친 집창촌 아주머니들과 비슷한 말을 건넸다. “형님 놀다가세요”라며 기자에게 접근했다.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을 지나쳤다. 평일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20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2~3년 내 클럽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영등포 나이트클럽은 과거의 인지도를 잃고 조금씩 사라졌다. 대신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중장년층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길거리에 만난 노래방 한 호객꾼은 “요즘에 젊은 사람들은 홍대나 강남으로 다 빠져 버리고 영등포를 찾는 이들은 여의도에서 일 마치고 오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며 “빨리 한 몫 벌어서 이 거리를 떠나고 싶다” 말하고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 영등포역 인근에는 오래된 집창촌인 일명 ‘영등포 텍사스촌’이 있다. 영신로24길에 있는 이곳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불을 밝혔다. 집창촌에는 짧은 치마와 짙은 화장을 한 아가씨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맞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영중로4길을 따라 들어갔 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왔다. 경기가 불황인 탓도 있었지만, 영등포를 찾는 이들이 줄면서 길거리에 음식을 파는 노점상 경기도 덩달아 나빠졌다. 줄줄이 늘어선 포창마차들은 텅 빈 의자만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떡볶이를 파는 한 노점상은 “예전에야 권리금 주고 서로 들어오려고 하던 곳인데, 지금은 문 닫은 곳이 많다”며 “새벽 시간 영등포에는 노숙자 아니면 대리기사들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바 호객군 넘어 ‘총각 놀다가’…15분 7만, 20분 10만, 30분 12만 ‘타이머 재깍재깍’
 
기자는 도돌이표처럼 처음 도착했던 집창촌으로 돌아왔다. 영등포역 기준으로 왼쪽 편 영등포 홍등가는 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밝았다. 영중로3길을 따라 이어지는 영신로24길은 포탈업체의 로드뷰 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지역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내린 가을비가 서울을 적신 이후라 영등포에 부는 바람은 쌀쌀했다. 영중로3길 초입에는 대리운전자들 사이로 아주머니들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앉아있었다. 기자에게 말을 건 한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와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화려한 불빛 속으로 사람들이 미끄러지듯이 사라졌다. 사라지는 사람들을 쫒아 집창촌이 위치한 영신로24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집창촌 안으로 들어 갈수록 짧은 치마와 짙은 화장을 한 아가씨들이 남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쇼윈도에 비친 아가씨들은 전기난로를 옆에 두고 무심한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중에는 고양이를 껴안고 있는 아가씨도 보였다. 간혹 말을 거는 이도 있었지만, 그들은 옷 매장에 전시된 마네킹 마냥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새벽 2시, 200m 남짓한 영신로24길을 걸었다. 텅 빈 거리를 혼자 걷다보니 수많은 여성들의 시선이 기자의 몸에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눈짓만 보낼 뿐, 누구 하나 호객하는 이 없었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유리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전기난로 옆에 앉은 이들을 볼 수 있었다.
 

▲ 기자는 평일 새벽 ‘영등포 텍사스촌’을 찾았다. 텍사스 촌 입구에서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빨간 조명으로 가득 찬 이곳 이용 가격은 15분에 7만원, 20분에 10만원, 30분에 12만원이다. 사진은 한 집창촌 가게의 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경쟁적으로 호객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기자는 높은 힐을 신고 가지런히 다리를 모은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잠깐의 가격 흥정을 마치고 그녀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1층과 달리 2층은 빼곡히 방들이 들어 서 있었다. 소라 색으로 칠해진 한 문틈 사이로 직업여성으로 보이는 2명이 밤늦게 야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 들어 간 방은 붉은 색 조명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가격은 15분에 7만원, 20분에 10만원, 30분에 12만원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값을 지불하자 그는 곧 어디선가 거스름돈을 받아와 돌려줬다. 그가 손에 받아든 7만원 중 4만원은 자기 몫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방에 들어오기 전 문 밖에서는 째깍째깍 소리가 들렸다. 그는 15분 종료시간을 알리는 타이머라고 설명했다. 이곳의 오래된 뒷골목 말로는 이른바 숏타임 시간이다.
 
“돈 모아 옷가게 차리고 싶어요”…불경기 속 평일에 손님 없지만 주말엔 북적
 
여성은 기자에게 거스름돈을 주고 자연스럽게 옷을 벗으려고 했다. 여성을 만류하고 기자임을 밝혔다. 그녀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잠깐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성희(가명)라고 이름을 밝힌 그가 이곳에 일하는 목적은 역시 돈이였다. 그는 룸살롱이나 다른 곳에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해 이곳에 일을 한다고 말했다.
 
돈벌이가 잘 되냐는 질문에 경기가 워낙 불황이라 평일에는 손님이 없지만, 주말에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며 수입이 짭짤하다고 전했다. 그는 단시간에 돈을 모아 옷가게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짤막한 바람을 밝혔다.
 
그와 몇 마디 나누지 않는 사이 문 밖 타이머가 종료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기자에게 시간이 다 됐다고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기자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15분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나고 유리문 밖으로 나왔다.
 
다시금 영신로24길을 끝까지 걸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해 길 끝자락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기를 연신 눌렀다. 카메라의 라이트가 켜지는 순간 낯선 남자 2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영등포 집창촌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남성들은 기자의 사진 카메라를 뺏으며 이곳에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면서 카메라 속 사진을 다 지우길 강압했고 기자가 사진을 지우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속 빈 강정마냥 사진이 없는 사진기를 들고 집창촌을 나갔다. 집창촌 끝자락에는 택시들이 간간히 남성들을 쏟아냈다.
 
새벽 3~4시가 다가오자 드문드문 있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기기 시작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자동차 굉음도 조금씩 사라졌다.
 
오전 6시가 넘자 집창촌의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한 시간 쯤 더 기다려보자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기자도 빈속을 달래기 위해 해장국집을 찾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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