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자튀김, 치즈스틱 등 가벼운 안주를 내세운 스몰비어는 한때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낮은 테이블 단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프랜차이즈는 결국 가맹점이 돈을 벌어야 다 같이 번창한다. 유행 타는 프랜차이즈 중에는 가맹 초기에 맹렬하게 기세를 올렸다가 상승세 만큼이나 빠르게 사그라진 경우가 적지 않다. 외견상 잘 되는 듯 보여도 가맹 점주는 죽도록 고생만 하고 수익을 못내는 사례도 허다하다.
2013년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프랜차이즈의 대세라고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몰비어는 최근 위세가 한풀 꺾였다. ‘가볍게 한잔’이라는 콘셉트로 손님을 끌어들였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 크다.
게다가 너무 많은 ‘미투 브랜드’가 한꺼번에 등장해 창업시장을 어지럽혔다. 선발 주자인 봉구비어가 뜨자 한 때 20여개에 가까운 00비어나 00싸롱이 등장했다. 봉쥬, 춘자, 몽구, 달봉, 오땅, 딸구, 말자싸롱….
메뉴 구성도 단순했다. 감자튀김과 크림맥주 즉 ‘감맥’이 주종이었고 나머지 안주도 치즈스틱 등 가볍고 저렴한 게 대부분이었다. 값싼 아이템만으로 출발한 게 되레 짐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스몰비어 업체들은 무한 경쟁 끝에 생존 위기에 내몰리자 감자튀김류 외에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초중반까지 3개 브랜드 가맹점만 1000개 넘어…창업 열풍 후 폐업 잇달아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선발 봉구비어가 700개, 용구비어 200여개, 상구비어 120여개 등 가맹점이 1000개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폐업 점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담 없는 안주와 생맥주’라는 콘셉트로 시작해 테이블당 단가가 떨어진다는 약점 탓이 컸다. 가게에서 만난 다수의 점주들 또한 저렴한 안주 탓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전성환(가명·38)씨는 홍대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스몰비어 전문점을 운영했다가 최근 개인 점포로 변경했다. 전씨는 “스몰비어의 특성상 객단가가 낮다. 홍대에서 장사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이 많아도 안주 가격이 저렴한데다가 대부분 감자튀김을 시키니 (이윤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개인 점포로 바꾼 지금은 안주값을 6000~2만원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 자료: 본사 홈페이지, 부가세 미포함 ⓒ스카이데일리
신천에서 프랜차이즈 스몰비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학규(33)씨 또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2년 전보다 매출이 1/3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손님들이 호기심 때문에 많이 왔다. 그런데 자리가 불편하고 술도 맥주 밖에 없으니 그냥 나가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테이블 단가가 평균 2만원 정도다. 장사가 잘 됐을 때는 객단가가 적어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처음 가게를 열었을 당시에는 맥주와 감자튀김만 팔았다. 본사의 방침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님 수가 자꾸 줄어드니 본사가 하우스 메뉴도 팔도록 허용해 주었다. 지금은 소주도 판매하고 있다.
2층에 위치한 이씨의 매장은 50평대로 스몰비어 매장치고는 무척 큰 편이다. 그는 “작은 평수에서 스몰비어를 운영한다면 괜찮을 것”이라며 “조만간 가게를 정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종헌 창업컨설턴트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소형 평수로 갈수록 장사가 어려워진다”며 “평균 1.5~2회전을 한다고 생각하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메뉴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봉구비어가 홈페이지에 올린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일매출은 48만여원, 월매출은 1445만원이 나온다. 10평 가게를 임대료 130만원에 얻고, 30일 영업에 하루 2.5 회전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이 경우 재료비는 33%에 그치고 월수익은 460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하루 평균 2.5 회전을 시킨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루 2회전에 월 평균 24일을 영업한다고 가정하면 재료비는 48%를 넘어서며 점주로선 인건비는 커녕 오히려 손해가 난다.
강종헌 컨설턴트는 “고객은 특별함을 원하기 때문에 싼 것만으로 어필하던 초기 시장의 흐름은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특히 손님을 끌만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안주류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균우 상권전문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스몰비어 하향세의 원인으로 주류 소비의 감소, 낮은 테이블 단가, 안주의 획일화를 꼽았다.

▲ 자료: 본사 홈페이지, 부가세 미포함 ⓒ스카이데일리
박 전문가 역시 “다양한 안주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뉴의 가격을 올리면 스몰비어의 특성이 사라지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스몰비어 혹은 미들비어 등의 영업 형태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렴한 안주와 크림 생맥주…생존 위해 테이크아웃에 배달까지
스몰비어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집이기 때문에 점포 크기도 적게 잡았고, 투자비도 많은 편에 속하는 프랜차이즈는 아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확장 속도 또한 빨랐다.
선발주자인 봉구비어의 경우 창업비용은 10평 기준으로 5500만원 안팎이다.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 주방시설, 집기 비용 등은 포함돼 있으며 간판, 냉난방기, 화장실, 창고 등에 드는 비용은 별도다.
나머지 스몰비어 프랜차이즈 창업비용도 3000만~5000만원 사이에 있다. 대부분 인테리어, 교육비 등을 포함시켰는데 임대보증금이나 철거비와 화장실 수리비 등을 포함하면 10~20평 기준이라 해도 1억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다.
메뉴는 3000~7000원대 감자튀김과 떡볶이, 오징어 구이 등이 주류를 이뤘으며 크림맥주는 3000원을 받는 곳이 많았다. 최근에는 메뉴 뿐아니라 테이크아웃 등 업종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는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청담동 말자싸롱은 지난달 깐풍순살 등 치킨 신메뉴 4종을 출시했는데, 테이크아웃과 배달 주문까지 받는다. 용구비어도 지난달 용케이노 닭봉, 갈릭똥집후라이드, 샐러닭 등 만원을 넘지 않는 새 메뉴를 선보였다.
저렴한 단가의 한계를 넘기위해 감맥에 머물지 않고, 치맥에도 손을 뻗친 셈이다.
지난 6월 ‘국물떡볶이’와 ‘연어치즈볼’ 등 신메뉴 2종을 선보인 봉구비어는 지난달 18일 ‘오코노미왕다리’를 내놓았다. 오징어 다리에 튀김 옷을 입혀 가쓰오부시를 뿌린 5500원짜리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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