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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피플]-이정화(바리스타·커피강사)
“연세대·삼성그룹 출신 엘리트 커피전문가죠”
컴퓨터디자이너·헬스트레이너 등 독특한 이력…커피로 감동 전하는 감성바리스타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27 00:03:55
▲ 이정화(사진) 씨는 서울시와 연계된 문화센터에서 알기 쉽고 재밌는 커피강의로 수강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강사다. 그녀의 이력은 인기만큼이나 화려하다. 대기업 직장인, 컴퓨터그래픽 기획자, 헬스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어디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떨려서 말 도 제대로 못하는 스타일이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커피 관련된 주제만 나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말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강의까지 시작하게 됐어요”
 
두 아이의 엄마인 이정화(48·여) 씨는 커피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커피 전문가다. 물론 커피를 직접 만드는 ‘바리스타’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현재 서울시와 연계된 문화센터에서 커피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미리 준비한 알찬 내용을 조신한 말투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강의 스타일 덕분에 그의 강의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씨는 나름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엘리트인 그녀는 삼성그룹 직원, 컴퓨터그래픽 기획자, 헬스트레이너 등을 거쳐 지금의 일을 하게 됐다.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걷겠다는 그의 ‘개척가’ 기질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대목이었다.
 
삼성그룹 입사 2년 만에 사표…“살 빼려 헬스장 갔다가 트레이너 됐죠”
 
“졸업 이후 1993년도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I 홍보팀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입사하고 보니 생각보다 업무가 재미없었어요. 오히려 홍보팀과 교류가 많았던 디자인팀 쪽 일에 자꾸 관심이 갔어요. 동경이라고나 할까요. 가족들과 지인 모두가 저를 말렸지만 2년차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나왔죠”
 
안정적인 직장인 대기업을 뒤로하고 이 씨가 도전한 분야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당시만(1995년) 해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컴퓨터 그래픽은 생소한 분야였다. 오히려 이런 생소함이 이 씨를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당시 컴퓨터를 이용한 3D그래픽이 막 나왔을 시점이었어요. 이왕 디자인을 시작할거면 새로운 분야에서 해보자고 결심했죠. 학원에 들어가서 기초부터 시작했어요. 미술전공자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힘겨운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운 호기심이 저를 이끌더라고요”
 
▲ 이정화(사진) 씨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이후 삼성SDI 홍보팀에 입사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사표를 재출했다. 이후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새로운 분야 도전했고, 결혼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로도 활동했다. ⓒ스카이데일리
 
1년간 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 강좌를 모두 마친 이 씨는 교과서로 유명한 대한교과서(현·미래엔)에 입사했다. 당시 대한교과서에서는 ‘뉴미디어부’를 새로 신설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담당했다.
 
“당시 뉴미디어부에서는 일반적인 책자에서 더 나아가 학습용 CD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컴퓨터 그래픽을 맡은 저와 기획자, 프로그래머 등 세 명이 일을 시작했죠. 창단 멤버인 셈이었죠. 이 프로젝트가 반응이 좋아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뉴미디어부가 커가면서 안정화를 찾기 시작했죠”
 
대한교과서에서 일할 시기 이 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그녀는 입사 5년 만에 또 다시 사표를 냈다. 이후 출산을 하게 됐는데, 그 시기를 전후로 우연한 계기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바로 헬스트레이너였다.
 
“출산 이후 체중이 15kg 정도 늘어났어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다이어트를 결심했죠. 6개월간 식이요법 없이 죽어라 운동해서 12kg를 뺐어요. 당시 헬스장 트레이너로부터 운동을 제대로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어요. 몇 개월간 집중 트레이닝을 받았죠”
 
2008년 이 씨는 헬스장 트레이너에게 생활체육지도자 시험을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은 1년에 한번 치루는 국가자격증으로 헬스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생각에도 없던 시험이었지만 그녀는 한 번에 덜컥 합격했다. 이후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물론 트레이너로서의 삶 역시 녹록치는 않았다.
 
“사실 제가 운동을 싫어해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고 그때는 돈을 벌기 위해 트레이너를 자청했죠. 생각보다 쉽진 않았어요. 얼마 안가 나와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죠. 그러던 와중에 집에 좋지 않은 일까지 겹쳐 그만두게 됐어요”
 
“나와 주변이 행복한 직업 바리스타…커피 이야기 나누는 대화의 공간 갖는 게 목표”
 
헬스트레이너를 그만둔 이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던 이 씨는 우연히 방문한 핸드드립 카페에서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핸드드립 커피를 처음 접한 그녀는 기존 커피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고, 곧바로 해당 분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이정화(사진) 씨의 첫 커피 강의는 동네 공방에서 이뤄졌다. 이후 서울시와 연계된 찾아가는 평생교육에서 진행한 ‘커피 바리스타’ 수업을 맡았다. 그녀의 수강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강의로 꼽히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핸드드립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핸드커피에 대한 강의도 책도 별로 없었고 인터넷 자료도 지금처럼 자세하지 않았죠.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빠짐없이 읽었고 전문가들을 만나 하나하나 직접 배웠어요. 제가 너무 어렵게 배우다보니 나중에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씨는 자주 가던 동네 공방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공방사람들을 위해 커피 관련 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4~5명 정도 모여 있는 공방이었지만 그의 커피 이야기는 반응이 좋았다. 공방 주인은 아예 강의 공고를 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커피 전문 강사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11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재밌어하니 보람있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실무 위주로 강의를 하지만 저는 실무와 이론을 섞어서 강의를 하는 편이었거든요. 핸드드립 같은 커피추출방식은 이론이 없으면 응용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시기를 전후로 저도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기존에 바리스타 2급이 있었지만 깊이 있는 강의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1급을 준비하게 됐죠”
 
강사로서 차곡차곡 실력과 경험을 쌓아가던 이 씨는 서울시에서 매년 평생교육 학습의 개념으로 진행하는 커피관련 전문가로 뽑혔다. 이후 서울 중구 종합복지관에서 강의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와의 계약은 끝난 상태지만 복지관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강의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향후 다른 기관에서도 강의를 할 예정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 씨는 최근에서야 자신과 상대방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느끼고 있다. 위험이 따를 수 있는 수많은 착오 끝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정도면 직업에 있어서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신제품에 빠르게 반응하는 구매계층을 일컫는 단어)’ 아닌가요. 계속 다녔다면 지금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때 사표를 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제 꿈을 조금씩 이루면서 살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카페를 차리는 거에요. 그곳을 커피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저의 목표죠”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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